내새끼 개새끼

이 여자의 생존법 - 점례

by Lali Whale

점례의 딸은 그녀의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우면서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았다. 시장에서 분식집을 하면서 딸의 교육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점례의 딸은 서울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 들어갔고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들어갔다. 한 동안 점례의 콧대는 하늘까지 올라간 것 같았다.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았고, 떡볶이가 잘 나가지 않는 날도 콧노래가 나왔다. 시장 상인들의 부러움의 눈빛은 점례에게는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 같았다.


- 우리 딸 선자리 놔줄 곳 없어?

- 아휴. 그 집 딸은 너무 잘나서 어디 디밀 데가 있어야 말이지.

- 그래도 잘 찾아봐. 잘되면 내가 아주 섭섭지 않게 해 줄 테니까.

점례는 시장 바닥에서 선 자리를 주선하기로 유명한 미장원 김원장에게 머리를 맡기고 딸의 혼처를 부탁했다. 아직 파마를 하려면 두어 달은 더 있다 해도 되었지만, 점례는 하루하루 마음이 갈급했다. 하지만 김원장이 점례의 청을 덥석 잡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김원장이 주선한 자리만 열 군데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단 한 군데에서도 이어지지 않았고, 상대 남자로 부터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거기에 점례의 딸도 이제는 마흔을 넘은 나이라 재취자리가 아니고서는 원하는 자리가 없었다.


- 아니 우리 딸 같은 애가 어디 있어. 어릴 때는 공부 밖에 몰라, 명문대 들어가서 대기업 취직해, 이렇게 참한 아이가 세상에 어디 있어. 어디 다시 잘 찾아봐.

- 알았어. 맞는 상대 생기면 제일 먼저 연락할게.


점례는 괜한 돈을 쓴 것 같아 속이 쓰렸다. 오늘따라 파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점례의 마음이 급해진 데에는 이유가 다 있었다. 그녀의 딸이 이번 주에 다시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를 간다고 한 것이다. 봉사라고는 하지만 그곳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호소에서 입양이 되지 않는 개들을 한 마리씩 데리고 와서 집에만 벌써 다섯 마리의 개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개들도 한 손에 안기는 작은 개들이 아닌 시장 보신탕 집에서나 구할 법한 크고 누렇고 하얀 시골 개들이었다. 점례 딸의 개 사랑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딸은 점례가 아플 때는 병원 한 번 같이 가주고 죽 한 번 쒀주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개가 아플 때에는 연차를 내고 개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수십만 원씩 하는 병원비도 척척 내고, 입원이라도 했다 하면 수백씩 쓰는 것은 큰 일도 아니었다. 딸을 보고 있으면 점례는 자신이 개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부터 흘렀다. 그 개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는 방법은 딸년을 집에서 내보내는 것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딸이 결혼을 못하는 것도 저 개새끼들 때문이라는 생각에 딸이 없을 때면 발로 개들을 걷어 차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점례가 집에 들어가면 개들이 다 같이 짖어 대는 통에 집에서도 편히 쉬지를 못했다.


김원장에게 연락은 오지 않았고 딸은 주말이 되어 새벽같이 다시 유기견 보호소로 가버렸다. 점례의 만류도 소용이 없었다. 점례의 집 근처 개천가에는 코스모스가 산들거릴 테지만 구경한 번 나가지 않았었다. 가을이라 아직 새벽바람이 매우 차가웠다. 점례는 딸이 아끼는 개 다섯 마리에게 목줄을 걸어 주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점례가 개들을 산책시킨 적은 없었다. 점례는 개들을 데리고 개천으로 나갔다. 큰 개 다섯 마리는 장정이 데리고 산책을 시킨다 해도 버거운 일이었다. 개들에게 끌려가다시피 점례는 개천 산책길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로 올라갔다. 개들 중 한 마리가 바닥에 앉은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미친 듯이 뛰어갔다. 한 마리가 뛰어가자 다른 개들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점례는 개들의 힘에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개 끈은 점례의 손에서 금세 달아나 버렸다. 안 그래도 아픈 허리가 욱신욱신 쑤셔왔다. 개들은 삽시간에 점례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점례는 핸드폰으로 119를 불렀다. 이렇게 병원에 입원하면 딸인들 점례를 몰아세우기 어려울 것이다. 점례는 쓰러진 자리에 등을 대고 누웠다. 이제야 산들거리는 꽃들이 점례의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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