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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익명의 취재원

익명의 취재원으로부터 파생된 황우석 사태를 다룬 영화 제보자 포스터.


기사에서 청와대 직원을 지칭하는 표현은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대변인은 '핵심 관계자' 수석급은 '고위 관계자' 비서관 이하는 주로 '관계자'다. 청와대 발(發) 기사는 대부분 관계자로 시작한다. 실명을 쓰지 않는다.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사를 보면 누구 발인지 대충 알지만 그래도 실명과 익명은 천지 차이다.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다.


인사 기사는 더욱 그렇다. 개각과 비서관 개편 등 인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아는 이는 청와대 내에서도 한손에 꼽는다고 한다. 참 민감하다. 무슨 의원이 장관으로 온다더라 하는 내용은 국민적 관심사고, 민감하더라도 인지하는 대로 보도하는 게 맞다. 얘기해준 이도 보호하면서 기사도 쓰려면 익명을 써야한다. 가끔 개인적인 기대를 익명에 가둬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A라는 취재원에게 들었지만 특정되는 걸 피하려고 B C D 등 수십명에게 전화를 해서 기록을 남긴적도 많다. 내 일이지만, 동시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원칙은 이렇다지만..


최근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는 한국 기자와 미국 기자를 이렇게 비교했다. "미국 기자들은 실명 보도를 허락받기 위해 취재원을 끈질기게 설득한다. 이에 비하면 한국 기자들은 너무 쉽게 실명을 포기하고 취재원의 익명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국에서 '휘슬 블로어'가 폭로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세기의 특종이 들어와도, 취재원이 오프를 걸면 나는 쓰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배웠고, 후배들한테도 그대로 전달했다.


청와대 출입기자가 아는 청와대 소식은 전체의 1%도 안된다고 한다. 그 1%도 매우 민감한 것들이 많다. 취재원을 위해 알면서 안쓰는게 정말 많다. 신나서 듣고 왔는데 알고보니 모두가 알고 있던 경우가 왕왕 있었다. 권언유착 혹은 공생이 아니고, 예의와 신뢰 문제다. 그러니 저명하신 언론학자들이 뉴욕타임즈나 BBC 가디언 얘기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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