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도로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시야가 확보되지 못한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것은 '만용'일뿐이다. 만용은 결국 운전자를 위험에 빠트리고 만다.
우리가 불안을 싫어하는 이유는 과도한 불안 때문이다. 불안은 때때로 괴물처럼 커져서 일상을 위협한다. 작은 결정도 내릴 수 없게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한다. 조급함을 불러일으키거나 목소리에 떨림이 묻어 나오게 할 때도 있다.
개인마다 불안을 대하는 고유한 사고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중 불안을 극도로 키우는 것은 불안을 부정적이고 혐오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이다. 밀어내려 할수록 불안은 크고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변해간다.
불안은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일정 수준의 불안은 언제나 잔잔한 파도처럼 마음에 존재하며, 이런 불안은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 우리를 괴롭히는 불안은 거대해진 불안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잔잔한 불안에 태풍 같은 바람을 불어 집채만 한 너울로 키우지 않는 것이다.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 방법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불안에는 이유가 있다. 베스트 드라이버도 새로운 차량에 올랐을 때는 적잖이 당황하기 마련이다. 계기와 버튼, 기어노브, 조작 성능, 브레이크의 민감도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다. 그들이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면 연습과 탐색 없이 무작정 도로로 뛰어들 것이고, 이것은 면허가 없는 아이에게 운전대를 맡긴 것과 같다.
물론 그런 일들을 전문으로 해온 이들이라면 새로운 차량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적응을 마치고 충분한 운전성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다르다. 새로운 환경에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요구된다. '적응'의 시간은 적정 수준의 불안과 불편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불안한 상태가 달갑게 여겨지지 않더라도, 그보다 더한 상황을 피하려면 불안을 밀어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불안을 줄이고자 한다면 오히려 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불안을 줄이려 하기보다 낯선 상황을 줄여가는 방식을 택해야 하며, 그 방법은 결국 경험을 확장해나가는 것 외에는 없다. 여기에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불안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자신이 불안해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서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사람에 대한 변화된 사회적 인식이 그런 마음의 원인이다. 그들에 대한 인식이 예전에는 '신중한 사람'이었다면 최근에는 '겁쟁이' 또는 '도전정신이 부족한 사람'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자기 계발서나 강연에 등장하는 성공자의 스토리에는 불안을 극복하고 용기 있는 도전을 통해 큰 성취를 이루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왠지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내가 작아 보인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내가 부족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7전 8기의 정신으로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 현재의 성공을 거둔 그들의 모습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에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실패 스토리가 존재한다. 실패한 이는 치부를 숨기려 하고, 대중들 역시 우울한 이야기들로부터 눈을 돌리기에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접하기 어려울 뿐이다. 불안에 대한 현실감각을 갖추려면 실패가 그들의 사례에서처럼 다시 일어서기 위한 발판이 되는 것은 아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실패는 블랙홀처럼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빼앗아가기도 한다.
성공이 나의 것이 아니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해보지도 않고 안될 거라 단정 짓는 것도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성공 공식이 나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또한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다.
무의식 중에 주입받은 불안에 대한 멍에를 거두어줄 필요가 있다. 도전이 성격에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같은 실패에서도 A는 오뚝이처럼 일어나지만 세상이 무너져버리는 B도 있다. B는 많은 것을 고민하면서 조심스럽게 나아갈 수밖에 없다. 자신이 A인지 B인지 실제로 도전해보기 전에는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할지는 분명하다. 실패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은 평생의 등짐이 될 수도 있다. 불안의 역할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B의 입장을 취하도록 도와준다. 조심스럽게 실패를 대하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방식은 도전정신이 부족하고 수동적인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런 방식이 우리를 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