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자국

아침의 눈물에는 이유가 없다

by 작가 전우형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의 단면을 가위처럼 잘라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은 마음을 흔들고 새벽잠을 깨운다. 물안개로 뒤덮인 호수가의 어느 마을처럼 무거운 공기가 사방을 감싸고 눈앞은 새하얀 적막으로 빼곡하다. 방향을 잃어버린 채로 두려움에 쫓기다 눈을 뜨면 꿈인가 싶다가도 만져질 듯 생생한 기억의 질감에 숨소리조차 멎어버린다.


불면의 새벽을 언제부터 바라왔던가. 녹슨 만년필처럼 생각은 잠기었고 나는 그저 아침을 바라본다. 발바닥은 시리고 정수리는 후끈거린다. 망각이라는 축복은 지구와 화성만큼이나 나를 비껴간 것이 틀림없다.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때. 단단한 바닥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무료한 하늘이 눈앞임을 체감한다. 굳건한 중력에 감사하며.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어느새 우주먼지로 사라지고 말았겠지.


고통은 막막함과 뒤섞일 때 절망으로 뒤바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를 앞에 두고 뒷걸음질 치고 싶을 때 허상을 극복하고 발걸음을 내딛으라는 주문만큼 가혹한 것도 없다. 멈춰 서고 싶은데. 살고 싶은데. 바람소리가 비웃고 나풀거리는 옷자락이 손목을 간지럽힌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의 끝자락이 나를 애태운다. 혼자가 외로웠던 적은 없었는데. 혼자가 외로웠던 적은 없었는데. 혼자가... 메아리친다.


아침의 눈물에는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마른 눈동자를 적시는 것은 그저 눈을 보호하기 위함일지도. 눈물자국에는 아무 미련도 남아있지 않다. 그저 수 없이 닦아내던 눈물을 그저 내버려 두는 오늘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 그 작은 방치는 어제의 찌꺼기를 씻어내기 위함일까, 잊어버리지 않기 위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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