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이파리가 모두 떨어지면
그제야 피는 꽃
이파리는 꽃을 기다리지만
스치는 밤바람은 차갑기만 하구나
홀로 핀 상사화는
그리움의 끝이 이별이 아님을
달빛에 속삭인다
한 쌍의 아름다움과 고독이
상처 입은 마음과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이 되고
희미해지지 않는 기억을 사랑으로 덧칠한다
낮이 지고 밤이 오면
달이 뜨고 상사화가 피어나
긴 새벽의 끝자락에
꽃은 지고 풀잎이 돋아나네
너와 나의 만남은 출구 없는 터널 속
빛을 향해 달려가 보지만
그림자는 발목을 붙든다
끝내 멀어진 너와 나는
서로의 운명을 비트는구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그 사소한 대화가 하늘과 땅으로 갈라져
고함을 질러보아도 닿지 않는 곳에
네가 피고 나는 진다
고독한 상사화야
그래도 너를 기다린다
그리움이 원망이 될 때까지
사랑이 아픔이 될 때까지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마주할 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