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by 작가 전우형

상사화

이파리가 모두 떨어지면

그제야 피는 꽃

이파리는 꽃을 기다리지만

스치는 밤바람은 차갑기만 하구나


홀로 핀 상사화는

그리움의 끝이 이별이 아님을

달빛에 속삭인다


한 쌍의 아름다움과 고독이

상처 입은 마음과

채울 수 없는 그리움이 되고

희미해지지 않는 기억을 사랑으로 덧칠한다


낮이 지고 밤이 오면

달이 뜨고 상사화가 피어나

긴 새벽의 끝자락에

꽃은 지고 풀잎이 돋아나네


너와 나의 만남은 출구 없는 터널 속

빛을 향해 달려가 보지만

그림자는 발목을 붙든다

끝내 멀어진 너와 나는

서로의 운명을 비트는구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그 사소한 대화가 하늘과 땅으로 갈라져

고함을 질러보아도 닿지 않는 곳에

네가 피고 나는 진다


고독한 상사화야

그래도 너를 기다린다

그리움이 원망이 될 때까지

사랑이 아픔이 될 때까지

두 사람이 손바닥을 마주할 때까지


나는 너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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