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운 사람과는 살아도 싫은 사람과는 살지 못한다. 미운 사람과는 밥을 같이 먹어도 싫은 사람과는 한 식탁에 앉지 않는다. 미운 사람이 앉았던 자리는 대충 털고 앉지만 싫은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잠시도 머물고 싶지 않다. 미운 사람은 사랑할 수 있어도 싫은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
나는 가까운 이를 두고 미워 죽겠어라고는 말해도 싫어 죽겠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운 사람은 고쳐 쓰고 싶지만 싫은 사람은 고쳐 쓸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미운 사람은 꼴 보기 싫은 정도지만 싫은 사람은 숨소리조차 거슬린다.
'밉다'의 뜻은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눈에 거슬리는 느낌이 있다'이지만 '싫다'의 뜻은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딱 한 줄 뿐이다. 정의가 길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거나 재고의 여지가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싫다는 말에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그냥 '싫은' 것이다. 그냥 안에는 사사로운 이유를 대고 싶지도 않은 피로감이 깔려 있다.
그러니 미워는 해도 싫어는 말자. 가끔 미움받을지언정 지긋지긋한 사람으로 남지는 말자.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