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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Feb 10. 2024

오래 보아야 예쁜 사람

소설

사람들 틈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옆에 서있는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이번에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7. 오래 보아야 예쁜 사람


  이 카페에는 진득한 카페지기가 없었다. 첫 번째 카페지기는 스무 살 조금 넘은 청년이었는데 반년 만에 입대해 버렸다. 월세도 나오지 않는 카페에서 허송세월할 바에는 병역이라도 마치겠다는 각오였다. 좁은 시골 동네를 돌고 돌다가 계약 기간이 2년 남은 카페를 인수했고 4명의 카페지기를 세웠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였다. 카페지기 A는 한 달 정도 안중점을 맡았던 인연으로 팽성점도 가장 먼저 담당하게 됐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카페지기 B는 휴학 중인 여대생으로 6개월 일하다 시내 쪽에 목 좋은 자리를 얻어 독립했다. 카페지기 C는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카페로 출근하는 워킹맘이었는데 성격이 수더분해서 손님들이 좋아했다. 카페지기 C는 오렌지를 다듬다가 엄지손가락을 덤벙 베었고, 그 일로 한 달을 쉬었다. 그 후 인도로 해외발령을 받은 남편을 따라 인도로 출국했다. 나는 안중점을 정리한 뒤 가끔 팽성점을 방문해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카페지기 C의 퇴근 시간이 됐고 사장의 부탁을 받아 틈틈이 카페를 보게 됐다. 손님이 없는 카페를 지키는 시간은 내게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사장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일을 다. 그래서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그렇기도 했다.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시간을 쪼개 써야 해서 시간에 민감했다. 하지만 사장은 꽤 믿을만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래 보아야 예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위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자세가 그랬고 망해가는 카페에서도 어떻게든 임금을 미루지 않는 태도가 그랬다. 그는 가끔 나를 화나고 섭섭하게 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웃게 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이 구해지기까지 한시적으로 카페에 앉아있게 됐다. 그리고 계절이 11번 바뀔 때까지 새로운 사람은 구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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