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누구인가?

직장에서 초절정 고수되기

by 임희걸

고수는 다르다


“회사에도 <삼고초려>라는게 있어?”


수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속한 회사는 빠른 성장을 하는 중이었고 인재를 필요로 했습니다. 직원 교육체계를 새로 수립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던 중 S사에 근무하는 Y과장님을 소개 받았습니다. 하지만 Y과장님을 데려오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인사팀장님부터 경영지원 임원까지 회사의 ‘거물’들이 3번을 찾아갔습니다. 이직하기를 한사코 거절하는 Y과장님 댁에 처들어가서 그 부인까지 설득한 끝에야 간신히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 들어온 Y과장님은 일하는 스타일이 기존의 우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본 선배들은 혼자 머리를 쥐어짜며 기획안을 작성했는데, Y과장님은 업무와 관련된 2~3 사람을 모아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듣고는 화이트보드에 그때까지 나온 아이디어를 적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에 관련 담당자, 필요 예산, 새로 생기는 업무의 절차 등을 추가합니다. 이런 식으로 화이트보드에 초기 단계의 기획 내용을 쓰고 토론을 하며 즉시 수정하기를 몇 시간 반복하면 기획 보고서 초안이 완성되었습니다. 속도는 이전의 다른 선배들보다 3~4배나 빠르고 기획안도 탁월했습니다.



제갈공명의 통찰력


역사 속에도 남다른 성과를 내는 인재들이 있습니다. 그 중 삼국지의 제갈 공명은 거의 신선과 비슷한 레벨의 능력을 보여줍니다. 삼국지 중 가장 유명한 대목이라는 적벽 대전에는 제갈공명이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상대편인 조조의 군대는 육지전만을 경험했기 때문에 양쯔강 위에서 벌어질 선상 전투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양쯔강은 물살이 거셌기 때문에 많은 병사가 뱃멀미로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에 조조 군은 배를 50척씩 묶어 흔들림을 방지하는 묘책을 내 놓습니다. 다만 이 방법은 불화살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투를 앞둔 시기는 겨울이었고, 항시 북에서 남으로 계절풍이 부는 때였습니다. 북쪽에 위치한 조조군 입장에서는 남쪽의 손권, 유비 연합군이 바람을 거슬러 불화살을 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딱 하루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제갈공명은 동남풍이 일시적으로 불어오리란 사실을 미리 알고 이때에 맞추어 불화살 공격을 가합니다. 배를 서로 묶어 놓았던 조조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적벽대전은 뛰어난 계책으로 10배나 많은 병력을 거느린 상대를 물리친 전투로 유명해졌습니다.



사막의 여우라 불린 독일의 롬멜 장군


제갈공명과 같이 신출귀몰한 장군이 현대에도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의 에르빈 롬멜 장군은 정쟁 역사상 가장 예리한 ‘감’과 ‘지혜’를 가졌다고 일컬어집니다. 그는 적군이 기습할 장소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공격 계획을 수포로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또 적군의 방어선이 가장 취약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 공격했습니다. 그도 마치 제갈공명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힘이 있어 보였습니다.


당시 롬멜 장군이 주로 싸웠던 곳은 북아프리카의 사막 지역이었는데 사막은 적군과 아군의 영역조차 정확히 구분이 힘든 곳이었습니다. 연합군은 자기 위치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해 우왕좌왕 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롬벨의 독일군은 사막의 특성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적을 공격했습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싸웠던 영국과 독일의 군대는 병력과 물자에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영국군이 300대에 가까운 전차를 운영하였던 것과는 달리 독일군은 80대 뿐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롬멜 장군은 가짜 전차 모형을 만들어 정확한 독일군의 병력을 알 수 없게 했습니다. 소설 삼국지에나 나올 법한 이런 방법이 과연 현대전에서 통했을까 싶지만, 겁에 질려 스스로 항복한 부대도 있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고수의 생각법 - 직관


롬멜이나 제갈공명이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장군들보다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다루었을 뿐입니다. 롬벨은 자주 사막 위를 비행기로 날며 지형을 연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계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춰서 적과 아군 탱크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습니다. 적군 지휘관의 심리를 연구하여 그들의 심리를 명확히 꿰뚫고 있었습니다.


제갈공명 또한 지역의 기후와 지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계절적으로는 늘 북풍이 불어오는 시기지만 지형이나 날씨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반대 방향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전략가들은 방대한 정보를 하나로 결합하여 포괄적인 통찰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런 능력을 우리는 ‘직관’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두뇌는 1만 시간 가량의 의도된 연습을 거치는 동안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게 됩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습을 하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지식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패턴을 이룹니다. 계속해서 자기 분야에서 패턴을 찾다보면 ‘직관’이 생겨납니다. 고수들은 사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그 패턴을 이해하거나 해결책을 찾아 낼 수 있습니다. 직관적인 사고는 단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간의 깨달음과 같은 방식으로 발생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 일컬어지는 수많은 고수는 오랫동안 한 분야에 몰두한 끝에 번득이는 지성을 얻었습니다. 아직까지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은 이 상황을 적절히 표현할 어휘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감’이나 ‘촉’ 등으로 많이 표현했습니다.


주변에서 일하는 감이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저 선배는 어떻게 팀장님이 좋아하도록 일을 척척 해내지? 무슨 감을 가진거야?’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사람이 있나요? 일하는 센스가 남달라 보이는 사람의 성과는 결국 반복된 시행착오와 자기 반성에서 오는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탁월함 뒤에 숨겨진 ‘땀’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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