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효능감과 해내는 힘
당신에게 커다란 재능이 있지만 평생 발견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 스스로는 꺼낼 수 없는 재능이라 누군가가 보아주어야만 하는데, 아무도 그걸 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스스로를 믿고 매번 커다란 성취를 이루는 삶과 ‘난 안돼’라는 생각에 빠져 실패한 인생으로 평가받는 삶, 찰나에 구분됩니다. 그 미묘한 순간을 함께 살펴보시죠.
1930년대 영국의 한 초등학교,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몸을 꿈틀거리는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주변 아이들과 시끄럽게 떠드는 등 누가 봐도 매우 산만한 아이였습니다. 특히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뛰어다니거나 커다란 동작을 반복한다는 점이 가장 골치였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질리언 린. 선생님은 질리언이 ADHD라고 생각하고 부모에게 장애인 특수학교에 보낼 것을 권합니다.
질리언은 부모님을 실망시킨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자기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차분히 앉아서 공부하지 못할까 스스로를 질책했습니다. 그럴수록 질리언의 자기 비하는 강해졌습니다. ‘공부를 잘하기는커녕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다니 나는 참 쓸모없는 아이야.’ 하지만 다짐을 해 보아도 잠시 뿐이었습니다. 어느새 자신의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아무리 스스로를 타일러도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편이 좋았습니다.
결국 질리언의 부모는 정신과 의사에게 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의사는 한 참 동안 질리언과 이런저런 상담을 하고 아이를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아이와의 상담이 길다고 생각이 들 무렵, 의사가 질리언의 부모를 불렀습니다.
“한 번 보세요.”
의사는 질리언의 부모를 몰래 옆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질리언에게 음악을 틀어주었지요. 음악이 나오자마자 질리언은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몸동작은 우아했고, 리듬에 따라 절묘하게 움직였습니다. 의사는 질리언의 부모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공부보다는 춤에 재능에 있었을 뿐입니다. 질리언을 댄스 학교에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댄스 스쿨에 들어가게 된 질리언의 눈 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대단히 환상적이었어요.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저와 같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저의 특징은 거기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죠.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함께 웃고 있었어요. 저는 드디어 저의 쓸모를 찾은 것 같아 눈물이 났어요. 기쁨과 안도가 섞인 눈물이 그치질 않았죠.”
질리언 린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안무가가 되었습니다. 뮤지컬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등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뮤지컬의 안무는 대부분 그가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스 웨버는 “질리언 린 덕분에 뮤지컬 속으로 춤이 들어올 수 있었다.”라고 극찬했습니다. ADHD 장애 판정을 받을 뻔했던, 몸으로 생각을 하는 이 아이는 2013년 대영제국 훈장과 함께 영국에서 가장 큰 명예라고 불리는 기사 작위를 받게 됩니다.
질리언 린의 이야기에서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질리언은 몸을 이용해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내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재능이 발견되기 전까지 가만히 앉아 머리를 써야 하는 과목에서는 대부분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자기 믿음이 바닥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판단을 합니다. ‘나는 생물이라면 자신 있어!’라고 자신감에 차 있기도 하고, ‘나는 공을 다루는 구기 종목은 영 꽝인데!’라고 위축되기도 합니다. 한번 두 번 자기 평가를 내리다 보면 이 생각이 굳어져 능력에 대한 일관된 믿음이 됩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앨버트 반두라 교수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자기 효능감'이라는 말로 정리했습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일하기 전 자신은 좋은 결과를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어차피 해 봤자 나쁜 결과가 나올 거라고 짐작해 버리게 됩니다. 이 믿음이 일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과를 지배하게 됩니다.
자기효능감은 작은 성공이 중요하는 점을 알려줍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독서, 금연과 같은 결심을 합니다. 이 결심을 잘 살펴보면 대부분 매우 높은 수준의 목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거창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면 달성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매번 실패를 반복하면 자기 효능감이 점점 떨어지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됩니다. 나중에는 ‘해봤자 안 될 텐데 뭐.’라며 무기력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좀 쉬운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쉬운 목표에 도전하여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면 스스로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더 높은 수준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도 일어나게 되죠.
다만 자기효능감은 특정 분야에만 관련이 있습니다. 누군가 글 쓰는 데에 높은 효능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질리언의 사례를 보면 그는 무용 분야에서는 높은 자기효능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어, 수학과 같은 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효능감을 가지고 있었죠.
자기효능감의 시각에서는 어떤 분야든 두루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Q 테스트는 ‘일반적인 지능’ 즉, 전 분야에 걸친 지능을 테스트하는 기법입니다. 이렇게 어떤 분야든 두루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다중지능이란 개념을 이야기하며 인간은 한 가지 지능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마다 각기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있는 법이지 전부를 잘하는 사람, 전부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두라 교수는 자기효능감이 일을 하기 전 사전에 기대하는 것으로 결과 기대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높은 기대가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확신을 낳습니다. 자기효능감은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기대하기 때문에 동기와 연결됩니다. 하기만 하면 잘 된다는 생각이 있으므로 그 활동을 더 많이 선택하고, 더 노력을 기울이려 애씁니다. 어려운 문제가 발생해도 결국은 잘 되리라는 믿음에 끈기 있게 해결하려고 애씁니다.
자기효능감은 회복탄력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실패를 노력의 부족으로 보기 때문에 다음에는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실패를 환경이나 타고난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자질은 쉽게 바뀌지 않다 보니 새로운 도전의 두려움이 크게 만듭니다. 반면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금방 일어서서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학자들은 기억을 얼마나 오래 담아두느냐에 따라 감각기억, 작업기억, 장기기억 3가지로 나눕니다. 감각기억은 감각기관을 통해 느낀 정보입니다. 보통 2~3초 정도만 지속됩니다. 작업기억은 뇌의 생각을 돕기 위한 임시 저장 메모리입니다. 약 30초~수 분 정도까지 기억이 유지됩니다. 전화를 걸기 위해 전화번호를 기억해 두는 경우 잠시 동안만 기억을 할 수 있습니다. 전화를 걸고 나면 전화번호는 작업기억에서 사라집니다.
뇌는 작업기억 중에서 오래 기억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장기기억 장치로 옮깁니다. 장기기억 장치는 해마라고 하는데, 모양이 바닷속 해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며칠부터 몇 년 동안이나 그 지식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오래 기억하는 지식은 해마에 저장됩니다.
우리 뇌에서 변연계라고 불리는 부위가 감정을 담당합니다. 그런데 변연계는 해마 옆에 딱 붙어 있습니다. 이런 뇌의 구조 때문에 강한 감정을 느낄 때 입력한 지식은 해마에 단번에 기억됩니다. 본래는 반복적인 연습이 있어야만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감정이 수반되면 단번에 장기기억으로 전환됩니다. 우리가 작은 성취를 경험하면 뇌는 도파민이라는 기쁨의 호르몬이 분비합니다. 기쁨이라는 강점의 꼬리표가 달린 성취는 장기기억에 쉽게 저장됩니다. 도파민은 중독을 유발하는 호르몬입니다.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싶어 합니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반복적인 훈련은 지루합니다. 그런데 일단 영어 문제를 맞히기 시작하면 우리 뇌에 기쁨의 호르몬, 도파민이 흘러나옵니다. 도파민은 우리를 약간의 흥분 상태로 만들고 기쁨이 느껴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분이 좋으니 공부를 더 하게 되고 점점 도파민 양도 늘어납니다. 도파민에 취한 뇌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대로 족족 장기기억 장치 해마에 집어넣습니다. 그렇게 외우기 어렵던 영어 단어 외우기가 엄청 쉽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메커니즘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지식의 선순환이 발생하고 나면 ‘나는 영어 과목은 자신 있어.’ 이런 자기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 생각이 자기효능감입니다. 자기효능감은 잘하는 일이 재미있다는 생각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우리가 일에 흥미를 느끼는 2가지 상황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경우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여행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피곤해하지 않습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고 여행지의 교통과 주요 음식점을 찾습니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회사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절차와 매우 비슷한데요. 여행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수고를 마다하지 않지만 회사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잘해서 재미있는 경우입니다. 잘하는 일 또한 재미있습니다. 사실 여행처럼 처음부터 재미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어느 정도 숙달이 될 때까지 지루한 연습만 이어집니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서도 연습이 재미있어 음악을 시작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권유로 악기를 시작합니다. 연습은 지루하지만 부모의 칭찬과 격려에 계속할 힘을 얻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높아지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악기 연주가 재미있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 중 하나가 남들에게 주목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떤 일이든 잘한다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츠지이는 시각 장애를 타고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다행히 음악적 재능이 엿보였습니다. 츠지이는 그런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악보를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악보를 볼 수 있는 일반인의 몇 배를 연습해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가 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어 프로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꿈은 가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츠지이는 가족과 함께 사이판으로 여행을 갑니다. 사이판의 한 쇼핑몰에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후지이는 재미 삼아 쇼핑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를 둘러쌌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후지이의 실력은 높은 수준까지 올라 있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감탄하며 열띤 환호를 보냈습니다. 츠지이는 처음으로 스스로의 연주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프로 피아니스트가 되어 보겠다고 결심합니다. 현재 그는 세계를 누비며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됩니다.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홉의 말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 말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듯합니다. 회사 일이 힘들고 짜증 나시죠? 잘 압니다. 그 일이 조금이라도 재미있어지려면 일을 잘하게끔 성장하면 됩니다. 그 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작은 성공을 연거푸 쌓아나가기를 추천합니다. 긴 보고서 작성이 힘들면서 1페이지짜리 간단한 보고서를 멋지게 만들어 봅니다. 회의실 예약과 같은 작은 일도 어떻게 하면 남다르게 멋지게 해 볼까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겁니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아, 나도 쫌 하는데?'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합니다. 이 생각이 자기효능감의 원천입니다. 자기효능감이 커질수록 큰 일도 거뜬히 해 내게 되고 어떤 일이라도 즐거워집니다. 자기효능감이 충반한 장인이나, 업이 고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조직이라는 곳은 작은 성공조차 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해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한 마디로 일의 가치를 폄하해 버리는 오피스 빌런(일은 안 하고 오히려 동료에게 피해를 기치는 사람)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런 때는 늘 나의 일을 좋게 평가해주는 정서직 지지자 1명은 만들어 두기를 권합니다. 그가 하는 말이 설사 하얀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1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자기효능감 쌓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