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주제로 시작했는데
취미에 관해 쓰려고 시작했는데 결국은 일 이야기로 글이 마무리된다. 어쩔 수 없다. 취미는 결국 일과 연결되어 있다. 취미를 잘 즐겨야 하는 것은 일을 잘하기 위함이다. 일하는 이유는 다시 취미를 즐길 여유를 얻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막상 어떤 일도 하지 않아도 되면, 또다시 할 일을 찾아 나선다. 아무런 일 없이는 무료해서 살 수 없다. 화단을 가꾸던 집 안 청소를 하던 뭔가가 필요하다. 투자에 성공해서 조기에 은퇴한 분들의 글을 읽었다. 놀이에 관해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냥 돈을 쓰며 논기만 한다는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도하고 있었다.
카페를 차린 사람도 있었고,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었다. 창업하기도 했다. 그들이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건, 일이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이었는지 모른다. 조직이 구성원을 좀 더 배려했다면 빠른 은퇴보다는 일의 만족과 균형을 추구하지 않았을까?
일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제다. 자아를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내 안에 여러 개의 자아가 공존하도록 해야 윤택한 삶을 산다. 이것이 라이프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다. 일은 제거해야 할 것이 아니라, 적당히 잘 다루어야 할 문제다.
더 일을 잘하기 위해 고뇌하고, 취미에서 탁월해지기 위해 고민한다. 결국 인간으로서 미완성이기에 더 탁월한 수준을 향해 나아간다. 그게 일이 될 수도 있고, 취미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일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회사라는 한계가 존재하므로 취미에서 탁월함을 추구하기가 더 자유롭다.
만일, 회사가 취미에서와 같이 창의적이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너무 많은 사람이 ‘일은 일이고, 취미는 취미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일할 때 쓰는 근육과 운동을 할 때 쓰는 근육이 완전히 다른 근육일 리 없다. 모두가 우리 몸을 이루는 근육이고, 근력을 키우면 일에서건 운동에서건 더 뛰어난 성취를 얻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열심의 시대에서 창의의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전 시대는 열심의 시대였다. 공급이 부족한 시대였기에 남들보다 빨리 잘 만들면 얼마든지 팔려나갔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하면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게 중요했다.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품질 좋은 상품을 빨리 만들어서는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창의를 외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아직도 리더들은 과거의 성공 공식에 따라 관리하려고 애쓴다. 이제는 기존 방식의 혁신만으로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
고객이 마치 달 표면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도록 만드는 문 체어(Moon Chair)를 주문했다고 가정해보자. 매뉴얼에 따라 똑같은 형태의 의자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때가 있었다. 이때는 진도율을 점검하고 제작법을 통제하면 됐다. 그런 식으로는 문 체어를 만들 수 없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직원들은 시간 단위로 재촉해 봐야 갑자기 창의적이 되지 않는다. 몇 달이 지난다 해도 고객이 주문한 문 체어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전국 카페를 돌며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취미를 가진 팀원이 있었다면? 문 체어 아이디어를 얻는 데 몇 배 유리해진다. 창의의 시대에는 경험의 폭이 넓고 깊어야 도움이 된다. 일을 통해서 하는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그 외에 경험을 늘릴 방법이 필요하다.
열심의 시대 방식으로 만든 의자는 기껏해야 20~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처음으로 문 체어를 내놓는다면 그 가치는 2,000~3,000만 원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영역의 성장을 반복하면 묘한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소설 <갈매기 조나단>에서 주인공 조나단은 먹이 찾기를 거부하고 더 아름다운 비행 기법을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마지막에는 신비로운 세계에 들어간다. 그곳은 일종의 고수들이 모여사는 세계다. 아름다운 비행만을 추구하는 이들이 모여있는 세계다.
악기 연습이나 보드 연습을 계속하면 내 머릿속에 좋은 스킬에 대한 모델이 점점 정교해진다. 하나의 동작을 여러 단계로 쪼개어 생각하던 것이 하나로 뭉쳐진다. 전체가 하나의 유려한 스킬로 머릿속에 인식된다. 그걸 몸으로 재현해내면 무한한 충만감이 느껴진다. 이 충만감이 삶을 계속하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에게는 충만감으로 찬 인생이 필요하다. 그러니 당장 재미있어 보이는 어떤 것이라도 도전하시길 바란다. 인형을 만들어봐도 좋고, 홈 인테리어도 좋다. 예술이어도 좋고, 운동이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우주에 흠뻑 빠져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