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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27. 2024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확산

사람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사람 관리가 몇 배 더 어려워진다


오래 팀장 생활을 한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동안은 MZ세대 팀원이 늘어나 이들을 관리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9시 정각에 딱 맞춰서 출근하고 5시 59분이면 일어서는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육아 휴직으로 공석이 발생하여 업무를 재분배하려 했더니 MZ는 더 이상의 일은 맡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간신히 그들에게 적응했는데 이번에는 선배 2명이 팀원으로 배치되었다. 과거 우리 팀의 팀장, 옆 팀의 팀장이었던 선배들이다. 그들이 이제는 팀원이 되었다. 일을 부탁하기도 어렵고 일을 맡겨도 토를 단다. 회의 시간에는 걸핏하면 후배들에게 불필요한 조언을 해서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여러 유형의 팀원이 생긴다. 팀장에게 팀원 매니지먼트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다. 이런 유형의 고민은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다. 팀은 하위 직급이 많고, 상위 직급이 적은 삼각형 구조여서 체계적이고 통일된 형태로 움직였다. 고령화는 팀을 바꾸고 있다. 팀이 일하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협업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그런데 팀장의 팀 관리 스킬은 진화하지 않았다.


4가지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일하는 팀, 이런 팀을 멀티 제너레이션 팀이라 부르고자 한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리더십 스터디에서 만난 팀장들과 이야기해 보면, 아직 우리 팀은 여러 세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팀장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곧 그들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확산은 그만큼 빠르다.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세대 구분이 너무 다르다.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세대 구분을 좀 명확히 해 보자. 우선, 가장 연장자인 386세대가 있다. 이들은 60년대에 태어나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고 고도성장기에 조직에 헌신했다. 다음 세대인 X세대는 IT 붐을 경험하였고,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한 첫 번째 세대라는 평을 받는다. 밀레니얼은 IMF로 실직한 부모 밑에서 자라며 조직이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지켜보았다. 조직을 믿기보다는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다. Gen-Z세대는 스마트 기기가 당연한 세상에서 태어나 자랐고, 모든 것을 점과 연결로 이해한다.




코호트는 특정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의 그룹을 일컫는 인구통계학 용어다. 같은 역사,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동일 코호트 내에서는 시각이나 가치관도 유사한 것으로 본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여러 개의 그룹으로 분열되기 쉽다. 그걸 통합하고 아울러야 하는 팀장의 어려움이 커진다.


다양한 세대가 하나의 팀으로 모여 있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태극기 시위를 하는 어르신들 집단과 시위로 인한 교통 체증을 불평하는 젊은이들이 광장에서 마주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언제 갈등이 폭발하고 사고가 터질지 몰라 불안 불안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빠른 소통과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세대로 묶인 멀티-제너레이션 팀에서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이 심해진다. 당연히 성과 창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팀장보다 나이 많은 연상 팀원과의 갈등이 점점 더 도드라지고 있다. 연상 팀원은 과거의 직속 상사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선배 팀원은 그 존재만으로도 팀장에게 큰 스트레스다.


종종 옛날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현재의 팀장보다 선배였음’을 강조하기 때문에 편하게 업무 지시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심하면 팀장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꾸 자기 의견을 고집한다. 자신이 업무 경험은 더 많다고 깔보는 것처럼 보인다. 단점이나 잘못을 피드백하려고 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렇게 세대 이슈에서 기인한 협력과 신뢰, 소통의 부재 문제를 안고 있는 멀티-제너레이션 팀. 만일 리더기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다세대 일터에서 발생할 문제점


팀의 생산성 저하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다. 고령 팀원은 업무 처리 속도나 판단력이 느릴 수밖에 없다. 물론 단순히 업무 역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휴먼 스킬이라 불리는 코칭, 소통, 공감 등에서 주니어보다 커다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IT 기기의 사용, 각종 문서의 작성, 데이터의 가공과 분석에서는 절대 속도가 더디다.


제조업에서는 신체적인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제품을 옮기고 기계를 사용하고 상태를 측정할 때, 나이가 많아질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 과거에는 나이에 따른 숙련도를 인정해서 복잡하되 힘을 덜 쓰는 직무로 배려할 수 있었다. 이제는 주니어 인력 자체가 적기 때문에 이런 배려를 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생산성 하락 외에 노령화에 따른 팀의 활력 저하도 크게 문제가 된다. 팀장이라면 누구나 의욕적이고 도전적인 팀원에게 더 큰 기대를 걸게 된다. 시니어 팀원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새로운 일을 찾고, 더 도전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팀 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


고령화에 따른 경직된 조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는 다시 젊은 인재 유출로 이어진다. 밀레니얼이나 Gen-Z는 경제적인 보상 외에도 유연한 조직 문화를 선호한다.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과 맞부딪히는 획일적인 출퇴근 시간과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맞물리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젊은 세대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해당 회사와 팀은 고용 브랜드 측면에서 불리해진다. 역삼각형 인적 구조는 승진 적체를 심화시킨다. 승진이라는 성장 가능성은 적고 일을 시키는 상사는 많다. 이런 구조의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인재는 없다. 앞으로 역삼각형 조직은 유능한 젊은 인재 채용에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실업난으로 청년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다.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니 무슨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지금의 채용 시장은 기업 우위의 시장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끝날 날도 머지않았다. 앞으로의 채용 시장은 구직자 중심으로 바뀔 확률이 높다. 이미 일본은 청년 직원을 구하지 못해 택배 회사는 당일 배송을 포기하고, 이사 업체는 일부 일감을 포기하고 있다.


평균 연령이 낮은 조직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기업이 저연령을 선호하는 상태에서 젊은 조직을 구성하는 것 자체에 큰 비용이 든다. 갈수록 아무리 연봉을 높여주더라도 청년을 고용하기는 쉽지 않게 된다. 게다가 상당수의 직무는 경험과 숙련도가 있어야 한다. 활력과 혁신을 위해 청년으로만 조직을 꾸릴 수 없는 이유다.


팀을 원하는 계층 구조로 꾸리는 것은 해답이 되기 어렵다. 그렇게만 구성할 수도 없거니와 특정 계층으로 팀을 채우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결국은 멀티 제너레이션 팀 구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매니지먼트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장점은 없을까? 오히려 장점이 


멀티 제네레이션 팀의 장래는 어둡기만 한 걸까? 그렇지 않다.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다채로운 세대가 섞여 일하는 환경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구성이 제각각이고 통일된 의견을 만들고 한 방향으로 추진하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단점은 달리 보면 구성의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팀이 다양한 인적 구성을 띌수록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성실성보다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는 시대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인재가 모일수록 창의성이 높아진다. 비슷비슷한 사람이 모인 조직은 사일로 효과(Silo Effect)의 늪에 빠진다. 주도적인 의견에 동참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높아져, 소수 의견이 무시되기 쉽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각 세대의 강점을 조합해 새로운 성과를 올릴 수 있다. 386세대의 꾸준함과 고도성장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밀레니얼과 Gen-Z를 보유하고 있으니 트렌드 분석이나 신기술 활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X세대는 적응력과 협력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멀티 제너레이션 팀은 다음 단계로 멀티 탤런트 팀으로 발전할 것이다. 멀티 탤런트 팀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처럼 특이 능력을 보유한 인재와 AI와 함께 일하게 된다. 세대 정도의 이질성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리더는 멀티 탤런트 팀 운영 능력을 키우기 어렵다.


희소식이 하나 더 있다면 고객도 멀티 제너레이션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새로운 세대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신중년 세대는 구매력을 보유했다. Gen-Z 고객이 뉴-트렌드를 만들어내면 다른 세대가 이 트렌드를 따라 소비한다. 다양한 세대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때로는 자기 세대의 개성을 발휘한다. 이 예측할 수 없는 역동성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멀티 제너레이션 팀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


결국 리더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멀티 제너레이션 구성을 한탄하고 젊은 팀원을 구하기 위해서 뛰어다닐 것인가, 현실을 인정하고 관리 스킬을 키울 것인가? 선택은 팀장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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