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기한 그랑제테(grand jete)

병아리도 날고 싶었던 것일까?

by 홍지승

왜 인간은 날고 싶었던 걸까?


보통은 하늘을 향해 180도 이상으로 다리를 뻗어 폭발적인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그랑 제떼(grand jeté)라고 하고 글리사드(Glissade) 이후에 이 동작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글리사드가 일종의 도움닫기 동작인 셈인데 미끄러지듯이 한번 무릎을 구부려줘야 다음 동작이 이어지기 쉬워지고 그때 바로 연결되는 동작이 제떼(jete)가 된다.

제떼(jete)는 '던지다'라는 뜻으로 한쪽 발을 반대쪽으로 던지고 또 다른 발이 따라간다는 발레용어를 말한다. 모든 방향으로의 발레 동작 제테는 가능한 것이지만 보통 발레에서 양 쪽 다리를 쫙 벌리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동작을 그랑제테라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크다고 하여 프랑스어인 그랑 (grand)과 합쳐지니 그랑제테라는 발레용어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폭발적인 점프의 힘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었던 걸까?




병아리도, 돼지도 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전에 학부에서 연습에 연습을 하던 시절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말라있었어도 발레리나들의 몸은 더 마르고 앙상해야 제테를 뛰는 맛이 있고 관객도 그만큼 열광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발레리나에게 체중은 마르면 마를수록 더 좋아하는 것 같았고 실제 몸이 빼짝 마른 사람들이 주로 추는 춤이 발레라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그 사실이 변함이 없긴 하지만 지금은 전과는 다르게 몸이 말라있어도 공기를 가로질러도 탄탄한 힘이 있는 무용수들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도 본질만 놓고 보면 몸이 마르고 가늘지만 높게 뛰어오르는 그 힘이란 건 생각보다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도 발레를 잘 모르던 때의 나 조차도 그랑제테라면 그 동작 자체에 약간의 홀릭과 동경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젊은 날 그렇게 연습실에서 다른 동작 연습을 한 5번 했다면 그랑제테는 20번 넘게 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에 비해 덜 날아가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점프해서 조금이라도 올라가는 것 같은 그 느낌이 그저 좋았다고나 해야 할까?

마룻바닥을 구르는 것만큼 공기 중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그 느낌은 뛰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점프해서 하늘 위로 좀 올라가야 그제야 좀 제대로 자유를 만끽하게 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싶었던 그런 치기 어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았다.

모든 생명체가 날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그랑제테를 뛰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원래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지는 게 세상사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건 돼지도 날 수 있지만 높게 날 수 없고, 병아리도 날 수 있지만 날아봤자 병아리의 움직임에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 힘과 교감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열심히 한 동작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동작이었던 것인가?


보통 센터 운동에 마지막 순서쯤에 "아~이젠 진짜 못 하겠다. 집에 가야지"할 때쯤 발레 선생님들은 그랑제테를 뛰라고 한다. 마치 토끼에게 당근을 주고 "자 이젠 맛있게 먹어봐~~" 하는 것처럼.." 그러면 젖 먹던 힘을 쥐어짜서 다시 연습실 사이를 날아다니게 되는 건데 이 신비한 동작 덕분에 가끔 연습실은 고난의 대상이라 동경의 대상으로 장면이 바꿔지기도 한다.

그랑제테를 뛰면서 생각한다. "맞아, 난 인간이었어. 새가 아니었다고!!!" 하는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춤은 그런 것이었다. 잠들었던 내 마음에 가장 크고 센 자극을 주는 어떤 접점이라고나 해야 할까?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죽지 않고, 괴롭고 싫어서 두 번 다시 춤을 안 출 것처럼 해 봤자 결국 일주일 안에 다시 와서 춤을 추는 당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그래서 인간의 싫다는 말은 그저 싫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푸념이자 속상함, 잘하지 못해서 괴로웠던 그 미운 마음들을 이겨내고 걸어 나아가면서 배우는 삶의 진리는 결국 '포기하지 말자. 못해도 계속해 보자!'라는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keyword
이전 24화저절로 겸손해지는 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