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이 살 길인가 봅니다!
무용실 바닥에서 느끼는 삶의 이유.
아킬레스건 수술 이후, 재활명목아래 오랫동안 수영만 열심히 했습니다. 수영을 열심히 했던 건 수영이라는 운동이 주는 매력도 컸지만 제 경우엔 다시 발레 스튜디오 가서 운동할 생각을 아니 다시 전처럼 센터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속 깊은 곳에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죠. 그렇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운동을 하며 다시 돌아갈 그곳을 생각하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발의 감각도, 근육의 움직임도, 많이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인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뭐 하고 싶은 건 늘 하고 살려는 철없는 아줌마의 욕망 덕분에 저는 다시 큰 마음을 먹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을 외치며 새로운 발레 스튜디오에 가서 체험수업이란 것을 지난주에 받게 되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이 주는 엄청난 괴로움.
사실, 할 수 있다는 착각은 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시작합니다. 했었던 일이었으니까요.. 걱정과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 아주 못하거나 아주 하기 싫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는 마음으로 연습실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았는데 "와~~ 시간이 정말 정직하구나!"를 실감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 같이 수업을 받으셨던 분들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연습하고 수업을 나오신 것이었을 테고 상대적으로 저는 그만큼 연습을 하고 가지 않았던 덕분에 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는 일이 진심 괴로울 정도이었습니다. 당연히 쉬었던 만큼 저의 근육과 저의 손과 발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것은 무조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왜 나만 잘 안 되지? 싶은 그런 마음이 들은 것도 사실 억지에 가까운 감정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첫날부터 제 마음대로 제 몸이 움직여 줄 것이라는 착각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고 그 모든 걸 다 잊고 초기화된 컴퓨터처럼 세팅되어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수업을 통해 결국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수업에 나와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이 주는 엄청난 괴로움보다 그 괴로움을 못 이기고 관두는 마음이 더 저를 힘들게 할 것을 저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약간 아이러니한 이야기 일 수 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춤도 글처럼 많은 부분이 감각으로 통하고, 그에 관한 내용이 글로 써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욕심과 이기적인 마음으로 제 몸을 움직이겠다는 욕심부터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제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부끄러운 고백도 해 놓고 나면 다음 수업엔 좀 더 겸손하고 착해진 저로 돌아가 수업에 들어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마음으로는 백 번도 넘게 춤추고 글 쓰고 움직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움직이지 않고 생각만 했을 뿐.. 마음으로만 춤을 추고, 실제로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그 어떤 시간에라도 그 일에 가장 집중해야 잘할 수 있는 것일 텐데... 말과 행동이 달랐던 저를 책망하며 순간이라도 교만했던 제 마음을 많이 꾸짖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혼만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잠시동안 그 부끄러웠던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열심히 스튜디오를 가로질러 날아다닐 만큼 운동해야겠어~라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공백이라는 것은 원래 비어있던 시간만큼 표시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지나간 시간을 탓하기 전에 다가올 시간에 집중에 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죠. 쉬었던 만큼 덜 풀어진 근육들을 다시 훈련시켜서 잘 움직이게 하는 것이 올여름의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안 한건 안 한만큼 어떻게든 표가 나죠. 그것을 아니라고 우기는 것도 부끄러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또 시작하다 말 수 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그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다시 잘하고픈 마음을 다시 잘 달래서 춤을 춰야 합니다. 그래야 잃어버렸던 그 모든 감각들이 천천히 되살아 날 테니까요....
무대만 두려운 곳은 아니지 않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무대만큼 두렵고 무서운 곳이 무용 연습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진짜의 내가 무섭고 두렵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대는 선택받은 자들의 공간이라면 연습실은 선택을 받기 위한 자들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 들어가려면 많은 준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공간에 들어가서 진짜 '나'를 만나는 일처럼 중요한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겸손함'과 '배려'는 필수입니다.
나를 앞세우기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춤을 추는 일 또한 생각보다 멋지고 기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처음부터 완벽하게 춤을 추는 사람도 없겠지만 결국 할 수 있다는 착각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결국 연습을 통해 다듬어지고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두고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여러 가지의 마음들과 싸워내고 이겨내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춤은 제게 또 다른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다는 착각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잘하지 못했지만 결국 연습을 통해서 그 어떤 동작을 만들어 내겠다는 마음 또한 수줍고 부끄러운 고백 같지만 어떤 하나의 결과를 위해 인생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자세를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춤이 좋았고, 음악이 좋았고, 그다음엔 움직이는 게 그저 너무 좋았다는 표현이 어떻실는지는 몰라도 저는 움직임이 주는 특별함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건강하고 착한 사람의 움직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고 믿는 사람이기 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니 연습실에서는 그 어떤 교만함으로도 춤을 춰서는 안 된다고 늘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용 연습실만 들어가도 저절로 손이 모아지는 그런 겸손함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처럼 제게 다가오기도 했었겠죠.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하나씩 천천히 배우더라도 열심히 잘 배워서 춤을 잘 춰야 한다고 마룻바닥과 거울이 제게 살짝 귀띔으로라도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배우러 갔으니 첫 수업부터 아주 잘할 순 없었다고 자신에게 위로를 건네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다시 발레를 배우러 갈 수 있어서 엄청 흥분되는 자신을 보는 일이 낯설고 조금은 신기했습니다. 수업을 받으러 가는 날에는 잠조차 설치는 자신을 보는 일이 "나는 아직도 이렇단 말이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려 지기도 했고 그래도 제가 발레 수업을 받으러 갈 때처럼 마음이 풍선처럼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감사하고 귀하디 귀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어서 가장 두려운 건 즐거운 일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일 텐데... 그런 감정보다 이렇게 떨리고 설레는 감정이 들어서 어떤 장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행운이 든다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마음이 벅차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보면 저는 정말 춤이 좋은가 봅니다. 그럼 됐죠. 인생 뭐 있습니까? 매 순간, 감사하며 사는 것, 처음의 그 마음들을 떠올리며 나서지 않고 뒤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더 잘 출 그 순간을 생각하며 뛰고 구르고 움직여 봐야 알게 되는 그 어떤 날(生) 감정이 주는 특별한 선물을 저는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테니까요....
대문사진: B 발레스투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