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안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
당신은 왜 춤이 좋았어요?
누군가 제게 그렇게 물어본다면 저는 당연히 "춤에는 말이 없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말을, 언어를, 글을 더없이 사랑하면서도 춤이 더 좋다는 제 말이 얼마나 모순인지 알면서도 사는 내내 저는 그 수많은 모순과 억지 속에서 제가 아는 한 가지만을 중요하고 강요하면서 살았던 건 아닌지... 하는 고민으로 이번 주 내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말은 말다워야 하고 , 글은 글다워야 하고, 춤은 춤다워야 하듯이... 그렇게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의 쓰임새는 본디 그 직책에 다 맞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이기적이어서 그랬는지 그저 춤이 좋았고, 그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생각만 하고 살아서 그저 하나의 길만 아는 어느 무식쟁이 외골수의 삶이 제 삶인 것 같아서 고민에 고민이 많았던 한 주 이기도 했었죠.
물론 남편과 가끔 나누는 대화 중에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저는 절대 가 보지 않은 길을 갈 것이고, 해 보지 않은 그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을 자주 하면서도 반대로 생각만으로도 가지 않은 길을 갈 용기가 없을 것 같고 해 보지 않은 일을 시도조차 못 하고 머뭇거리다만 말 것 같은 생각으로 끝이 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애당초 다시 태어난다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하고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되려 병(病)이 될까 봐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이 사실이죠. 아는 길이 알려주는 익숙함과 친밀함, 그리고 알아도 속아주고 몰라도 속임수를 당해도 덜 억울할 것 같은 마음에 반해 모르는 길은 그저 몰라서 발을 동동 구르기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일들이 들면서도 생각해 보면 생각은 사실 상상은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인간의 삶은 또다시 부딪치고 깨지면서 알게 되는 그 '진짜의 삶'에 무릎을 꿇고 탄식하면서 알게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을 위해 춤을 추어야 하다니...
사실, 이 연재물을 위해 발레학원에 정식으로 등록부터 하고 나니 덜컥 겁부터 나긴 했습니다. 할 수 있다는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결국 거울 앞에 다시 서서 늙고 초라한 나를 다시 봐야 할 생각에 즐겁고 행복하다기보다는 과연 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의 저울질도 여러 번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모르는 길보다 아는 길을 가야 하는 두려움은 그렇게 또 다른 걱정과 염려로 제게 다가왔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건 마음속으로 백날 상상 속으로 움직일 때와 부족해도 직접적으로 뛰고 움직여야 그 움직임이 진짜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더군요.
바(bar)를 잡고 예전보다 덜 올라가는 다리의 무게보다 더 무서웠던 건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의 속임수의 액션이었어요. 춤을 춘다는 건 나름 모든 것을 참고 이겨내고 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놓고 보면 거울 앞에 초라한 자신을 이기고 미운 자신을 달래고 안 예쁜 자신을 예쁘게 다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추는 춤과 대충 머릿속으로 상상만으로 움직임을 계산하고 안다고 착각하는 그런 마음들이 사실 더 무섭고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를 내세우기 전에 나를 먼저 가다듬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세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그렇게 춤을 추면서 글을 연재해 갈 수 있다면 훨씬 더 생생한 글로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 아닌 기대가 생기기도 할 것 같더라고요.
글을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감각적이어서 그렇게 부대끼고 고생하면서 쓰는 글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에 늙어간다고 고민하기 전에 한번 더 움직여야 한다는 숙제를 제게 주기도 했죠.
할 수 있는 선에서 좀 더 최선을 다하고, 좀 더 진지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 요즘 발레학원에 가 보니 전공자가 아닌 취미발레를 하시는 분들의 실력도 생각보다 훨씬 잘해서 새삼 놀랍기도 했고 거의 전공자들처럼 토슈즈를 신고 작품 수업을 받는 분들을 보고 나니 제 입으로 전공자 소리도 쏙~~ 들어갈 것 같았지만 과거의 영광은 다 잊어버리고 오늘 하루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테니까요... 하고 싶은 일은 그렇게 정성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입니다. 그래야 춤을 입으로 추었다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대문사진: Marianela Nuñez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