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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Aug 12. 2022

_우연히-3

: 여덟번째이야기, 에필로그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사울레이터라는 사진작가의 전시가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하고 넘겼었는데 며칠 뒤 퇴근길에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전시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주말에 딱히 약속이 없었고 전시도 예약제라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아닐 것 같아 그날 바로 예매를 했다.


   예매일이 되어 전시를 보러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가장 큰 이슈는 예술작품으로써 사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사진이라는 방식의 근본적인 속성은 순간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미지로 구현하는 것인데 내가 이해하고 있는 예술이란 작가의 의지로 무언가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결국 근본적으로 예술의 속성과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예술작품으로써 한계가 뚜렷한 것이 아닐까. 작가가 표현의 수단으로써 사진이라는 표현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사진가가 포착한 찰나의 순간을 그대로 현상하는 것만으로도 독립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같고 그렇게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체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따뜻한 날씨가 나를 반겼다. 전시장은 남산 초입에 있었는데 나들이 나온 가족과 연인으로 북적거렸고 그중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몇몇 있었다. 마침 꽃들이 만개하는 날이었기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의 중심에서 포즈를 잡는 사람과  사람이   잘나오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를 찾아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 그렇게 찍힌 사진들 어딘가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있을  모습을 상상하면 뭔가 낯설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며 미술관에 들어섰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사울레이터 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지도 못했고 사실 지금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의 사진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써 내게 좋은 느낌과 많은 영감을 주었단 사실이다. 그의 사진 속에 담겨있는 것은 특별하거나 대단한 장면들이 아닌 우리 모두가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다. 다만 그는 이 일상 속에서 번뜩이는 순간의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해내는 감각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하고 유치해보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그 사진을 보고 있으면 먼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사진이 전시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하는 내내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 더 보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발걸음이 더뎌졌고 특별히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할 때면 몇 번씩 걸음을 되돌려 그 사진 앞에 한참을 서 있곤 했다.

   

   전시의 끝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있도록 옥상정원과 함께 나무로  평상이 마련되어 있었다. 장시간 관람하기도 했고 여운이 깊었던 전시였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늘진 평상에 편히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나긋나긋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니 머릿속이 금세 말끔해졌다. 그러다 문득 지난날 우연히 발견했던 풍경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그날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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