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태교때문에?

by 홍월

임신을 하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 엄마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고 알고있기 때문이며 뱃 속의 아이가 잘생기고 튼튼하고 올바르게 태어나고 자랐으면 하는 부모된 마음때문이다.


쳣 애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나는 '모차르트 이펙트'라는 태교 음악 테이프를 샀다. 당시에는 태교=모차르트 공식이라할 만큼 모차르트 이펙트가 대유행이었다. 엄마의 심장박동과 유사하면서 뇌를 활발하게 하는 가장 적절한 파동을 갖고 있다고해서 아이있는 집들은 하나씩 다 구비했었다. 나도 보통의 평범한 엄마라 초록색 보라색 파란색의 종이가 붙은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임신때부터 아이들이 스스로 음악 선택을 할 때까지 모차르트만 주구창창 들었다.

카세트테이프 뚜껑 표지

둘째 딸아이를 가졌을 때는 2001년이었다. 아무래도 둘째는 첫아이를 가졌을때보다 신경이 덜 쓰이는 편이다.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처음이 주는 긴장이 지났기 때문이고 경험이 주는 익숙함과 여유를 배워서이며 성장이 빠른 것과 조금 느린 것은 엄마가 온 신경을 세우고 키우는 것과 꼭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색다른 태교랄 것이 없이 첫째 임신 때 사둔 모차르트 이펙트 테이프를 어주는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한 2001년 봄 즈음 회사에 제품 결품이 발생했다. 품질 문제에서 시작된 쇼티지(shortage)문제는 쉬이 해결되지 않아서 6개월 넘게 계속되었다.


Sales Backoffice팀 소속으로서 고객으로 부터 매일 주문을 접수하고 납품을 는 일을 하고있던 나는 6개월 넘게 지속되는 쇼티지와 고객으로부터 언어폭력에 가까운 불만토로에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졌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불균형으로 평소보다 더 예민하고 짜증이 많아진 탓도 있었을 것이었다.


둘째 임신 기간동안 짜증이 말도 아니게 심해지자 주위 직장동료들은 이렇게 짜증을 많이 내니 배속의 애가 이 세상이 짜증으로 가득찬 세상인 줄 알겠다며 임부로서 자중할 것을 권유하였다.


나는 god로 태교를 했다


업무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짜증을 나는 당시 인기아이돌인 god로 극복했다. god의 3집 거짓말이 2000년 연말쯤 발매됐는데 그때부터 이듬해까지 god와 거짓말은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할만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나는 업무로 짜증이 더해질수록 god의 노래에 빠져들었고 1,2집 앨범도 구매하여 내내 god노래만 들었다.

그때까지 잘 알지도 못했던 가수의 공홈(공식홈페이지)라는 곳과 공카(공식 팬카페)도 수시로 들락거렸다.


공홈을 아침 저녁으로 방문하여 god의 방송스케쥴을 비롯한 모든 일정을 꿰고있었고 일정이 끝나면 관련 기사를 찾아 보기도 했다.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고 방송시간이 되면 외출도 않고 집에 틀어박혀 본방사수를 하였다. 세상에 god만큼 노래 잘하는 가수가 없는 것 같았다.


즉, 나는 둘째를 임신한 동안 god와 함께 태교를 하였다. 첫째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은 것의 세 배정도 많은 시간을 둘째는 내 뱃속에서 god노래만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한참동안도 집안엔 god의 세계가 수두룩했다. 업무외 임신으로 인한 내 스트레스지수가 100이라면 god는 30정도로 만들어주었다.


딸의 최애 방탄소년단


대중가요와 아이돌 덕질로 태아기와 유아기를 보낸 딸이 청소년기를 맞이하였다.

이 아이는 자기가 살아온 20년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아이돌 덕질에 투자하고있다.

블락비와 엑소를 거쳐 고등학교 3년 내내 방탄소년단과 레드벨벳이 아이와 함께 한다. 나는 딸과의 소통을 위해 아이돌의 세계를 공부한다. 대학생이 되었는데 어제는 방탄소년단의 프로그램북이라고하는 옛 앨범 포토북을 택배로 받아 세상 더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 딸이 좋아하는 레드벨벳

나는 중학시절부터 시작된 딸의 아이돌 덕질을 보고 뭐라할 수 없었다. 대신에 내가 태교로 한 그것들이 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

을 미쳐서 이 애가 이리도 노래 연예인 아이돌 덕질의 세계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 태교가 이 애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 때 임신했을 때 god대신 워렌 버핏이나 아인슈타인을 태교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검증되지않은 결과와 가정이 있는 과거는 아무도 알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 태교가 딸의 어느 부분에 분명히 영향을 끼쳤을것만 같다. 그래서 후회되느냐? 아쉽냐? 고 하면 아니올시다.이다.


2001년 god와 함께 한 그 시절도 행복했고 방탄소년단과 레드벨벳과 함께 하는 지금의 딸아이도 더없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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