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퇴사, 3번의 입사.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도전이다.

by 꿈꾸는 앨리스


나의 첫 번째 입사에 대해서는 <'꿈'이 주는 그 유익함에 대하여> 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 도전하게 된 두 번에 걸친 이직과 심리적 한파로 인한 고비에 대해 이어나가려 한다.



시작 전, BGM은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부탁합니다.

평범한 직장생활, 무슨 대단한 이야기 한다고 그 정도 웅장한 백그라운드 뮤직이냐 할 수 있겠지만 마치 '소말리아 해적'을 마주친 것 같은 장면들도 많다는 점에서 회사는 거친 바다와도 같은 것이다.






승무원에서 회사원으로.
직장 생활이란 '네모 박스' 안에 앉아있는 형상을 말한다.



나는 승무원 생활을 만 4년을 했고 어울리지 않는 회사원의 생활을 만 10년을 했다. 나 자신도 놀라울 따름이다. 승무원 동기들은 내가 직장생활을 진짜 오래 한다며 자기네들끼리 놀랍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승무원들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여기서 직장 생활이란 '네모 박스' 안에 앉아있는 형상을 말한다.) 오래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들판에 풀어놓은 망아지와 같았던 내 삶이 다소 정형화된 박스 안에, 심지어 남들처럼 생각까지 비슷하게 맞추어야 했던 적도 많았다.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다국적 직원들을 납득시킬 만한 합리적인 업무 루틴을 가진 대형 외국항공사에서 그 당시엔 오버타임이 기본적인 관행이었던 한국 회사로의 이직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성인이 된 내 몸을 작게 만들어 어딘가에 구겨 넣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원 출신 중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약간은 자유로워 보일 수 있는 그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삼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자발적인 조기 은퇴? 를 했냐고 할지 모르겠다. 직장인의 삶이 승무원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꽤 버틴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난 팔자에 '역마살'을 깔고 있다.


사주팔자를 논하자는 건 아니지만 실로 내 인생의 전반기는 자의적인 변화, 타의적인 변화와 이동이 모험처럼 펼쳐졌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 치면 어떤 날은 태양이 내리쬐었다가 어떤 날을 풍랑이 배를 덮쳤다. 그 변화의 주체는 한 가지 만을 오래 하고 싶어도 내쪽에서 견디지 못하거나 조직개편 등의 공적인 사유로 움직이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예상치 못한 쾌재를 부른 이동도 있고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이동도 있었다.


'앨리스'의 모험.


쾌재를 불렀던 것이 바로 '케이터링', 항공 기내식을 만난 것이었다. 직장인으로 전직을 한 후 처음부터 기내식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 한 두 해의 버틴 시간이 흐른 후였고 수많은 내부 채용 지원자 중 지원도 하지 않은 내가 확정이 된 것은 어쩌면 인연이었다는 생각이다. 기내식 담당자는 꽤 인기가 있는 보직이었다. 뭔가를 먹어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까?


다행히 적절한 기회를 만나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직장생활이 때론 답답했지만 다시 탄성 있게 튀어올라 그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든 회사에선 반복되는 일이 지배적이지만 그것은 나의 약점으로 변화가 거의 없으면서 한 자리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소위 안정적이라 불리는 일이 나에게는 안정적인 일이 아님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 '역마살'의 기질 덕분에 의외로 '기내식'의 일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승무원 생활 제외, 직장생활 도합 10년 중 7할을 차지했으니 예상치 못하게 내 직장생활이 구비구비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내식은 왜 재미있는가?
창의성과 역동성이 포함된 작업.



자리에만 앉아 있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국내외 기내식 제공사와 식품회사, 공공기관 외. 그리고,

승객의 기내식을 초이스 하는 일 만이 아니라 기용품 제작과 구매, 기내 판매, 교육 등 '기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모든 일에 관여가 된다. 관련된 제작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종의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직접 제작에 관여한 것이나 선택한 것이 기내에 깔려있을 때의 뿌듯함이란.


shutterstock_376752364.jpg 이코노미 캐빈 @출처. Dr Ajay Kumar Singh / Shutterstock.com


중요한 '역동성'이다. 탑재 현장에 나가 조업원들과 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듣고 기내에 실려있는 모습도 보며 기획이 현장에 잘 반영되는지 전체적인 조화를 조율한다.

일하러 나간 김에 항공기와 달리기를 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항공기와 달리기를 하다니! 위험한 짓 아닌가 하겠지만 물론 허용되는 차도로 안전속도 30~50km을 지킨다. 특권이라 얘기하는 이유는 주기장 이동지역은 사전에 인가받은 자만 출입이 가능한데 항공사 직원이라도 항공기에 직접 접근해야 하는 부서만 제한하여 발급되니까. (예를 들어 재무팀, 인사팀은 항공사라 하더라도 무관하다.)


KakaoTalk_20210311_152352453.jpg 활주로에서 들어와 'Spot'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Spot : 항공기가 주기하여 승객이 탑승/ 하기를 하는 곳.




그로부터
몇 년간의 항해를 지속하던 '앨리스' 호는
거친 풍랑 속 '암초'에 좌초되고 마는데..
나의 정신과 마음은 마치 난파선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되는 길이었음을.




세 번째 이자 생애 마지막 입사
(기회가 주어짐은 감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기내식으로 이름난 유럽계 글로벌 기업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수백 여 곳의 지사 중 하나, 한국지사다. 기내식 센터는 거래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항공사, 고객사들의 기업 로고를 새긴 깃발이 기세 좋게 펄럭이며 나부낀다.



핀란드 국기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출처. unsplash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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