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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앨리스 Feb 24. 2021

2번의 퇴사, 3번의 입사.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도전이다.


나의 첫 번째 입사에 대해서는 <'꿈'이 주는 그 유익함에 대하여> 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국에 돌아와 도전하게 된 두 번에 걸친 이직과 심리적 한파로 인한 고비에 대해 이어나가려 한다.



시작 전, BGM은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부탁합니다.

평범한 직장생활, 무 대단한 이야기 한다고 그 정도 웅장한 백그라운드 뮤직이냐 할 수 있겠지만 마치 '소말리아 해적'을 마주친 것 같은 장면들도 많다는 점에서 회사는 거친 바다와도 같은 것이다.






승무원에서 회사원으로.
직장 생활이란 '네모 박스' 안에 앉아있는 형상을 말한다.



나는 승무원 생활을 만 4년을 했고 어울리지 않는 회사원의 생활을 만 10년을 했다. 나 자신도 놀라울 따름이다. 승무원 동기들은 내가 직장생활을 진짜 오래 한다며 자기네들끼리 놀랍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승무원들도 직장생활을 하지만 여기서 직장 생활이란 '네모 박스' 안에 앉아있는 형상을 말한다.) 오래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쉽지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들판에 풀어놓은 망아지와 같았던 내 삶이 다소 정형화된 박스 안에, 심지어 남들처럼 생각까지 비슷하게 맞추어야 했던 적도 많았다. 모든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다국적 직원들을 납득시킬 만한 합리적인 업무 루틴을 가진 대형 외국항공사에서 그 당시엔 오버타임이 기본적인 관행이었던 한국 회사로의 이직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성인이 된 내 몸을 작게 만들어 어딘가에 구겨 넣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원 출신 중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간은 자유로워 보일 수 있는 그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삼십 대 중후반의 나이에 자발적인 조기 은퇴? 를 했냐고 할지 모르겠다. 직장인의 삶이 승무원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꽤 버틴 나 자신에게 대견하다 말해주고 싶을 정도로 난 팔자에 '역마살'을 깔고 있다. 


사주팔자를 논하자는 건 아니지만 실로 내 인생의 전반기는 자의적인 변화, 타의적인 변화와 이동이 모험처럼 펼쳐졌다. 배를 타고 항해를 한다 치면 어떤 날은 태양이 내리쬐었다가 어떤 날을 풍랑이 배를 덮쳤다. 그 변화의 주체는 한 가지 만을 오래 하고 싶어도 내쪽에서 견디지 못하거나 조직개편 등의 공적인 사유로 움직이는 경우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예상치 못한 쾌재를 부른 이동도 있고 썩 기분이 좋지 않은 이동도 있었다.


'앨리스'의 모험.


쾌재를 불렀던 것이 바로 '케이터링', 항공 기내식을 만난 것이었다. 직장인으로 전직을 한 후 처음부터 기내식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 한 두 해의 버틴 시간이 흐른 후였고 수많은 내부 채용 지원자 중 지원도 하지 않은 내가 확정이 된 것은 어쩌면 인연이었다는 생각이다. 기내식 담당자는 꽤 인기가 있는 보직이었다. 뭔가를 먹어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까?


다행히 적절한 기회를 만나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직장생활이 때론 답답했지만 다시 탄성 있게 튀어올라 그 일에 전념할 수 있었다. 어떤 분야든 회사에선 반복되는 일이 지배적이지만 그것은 나의 약점으로 변화가 거의 없으면서 한 자리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소위 안정적이라 불리는 일이 나에게는 안정적인 일이 아님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런 '역마살'의 기질 덕분에 의외로 '기내식'의 일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승무원 생활 제외, 직장생활 도합 10년 중 7할을 차지했으니 예상치 못하게 내 직장생활이 구비구비 이어지게 된 것이다.






기내식은 왜 재미있는가?
창의성과 역동성이 포함된 작업.



자리에만 앉아 있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국내외 기내식 제공사와 식품회사, 공공기관 외. 그리고,

승객의 기내식을 초이스 하는 일 만이 아니라 기용품 제작과 구매, 기내 판매, 교육 등 '기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모든 일에 관여가 된다. 관련된 제작품을 만들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일종의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직접 제작에 관여한 것이나 선택한 것이 기내에 깔려있을 때의 뿌듯함이란.


이코노미 캐빈 @출처. Dr Ajay Kumar Singh / Shutterstock.com


중요한 '역동성'이다. 탑재 현장에 나가 조업원들과 승무원에게 현장 상황을 듣고 기내에 실려있는 모습도 보며 기획이 현장에 잘 반영되는지 전체적인 조화를 조율한다.

일하러 나간 김에 항공기와 달리기를 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항공기와 달리기를 하다니! 위험한 짓 아닌가 하겠지만 물론 허용되는 차도로 안전속도 30~50km을 지킨다. 특권이라 얘기하는 이유는 주기장 이동지역은 사전에 인가받은 자만 출입이 가능한데 항공사 직원이라도 항공기에 직접 접근해야 하는 부서만 제한하여 발급되니까. (예를 들어 재무팀, 인사팀은 항공사라 하더라도 무관하다.)


활주로에서 들어와 'Spot'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Spot : 항공기가 주기하여 승객이 탑승/ 하기를 하는 곳.




그로부터
몇 년간의 항해를 지속하던 '앨리스' 호는
거친 풍랑 속 '암초'에 좌초되고 마는데..
나의 정신과 마음은 마치 난파선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이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되는 길이었음을.




세 번째 이자 생애 마지막 입사
(기회가 주어짐은 감사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기내식으로 이름난 유럽계 글로벌 기업이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수백 여 곳의 지사 중 하나, 한국지사다. 기내식 센터는 거래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항공사, 고객사들의 기업 로고를 새긴 깃발이 기세 좋게 펄럭이며 나부낀다.



핀란드 국기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이미지)/ 출처. unsplash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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