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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31. 2020

나의 보호자

친정엄마


- 얘, 넌 이 김치통 무거워서 못 들어.

- 내가 엄마보다 훨씬 힘이 세지, 뭔 얘기야?

- 아니야,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엄마가 들을 테니 너는 그냥 나와.






여든 살이 된 친정엄마.

시간이 훑고 간 자리마다 주름의 골은 깊이 파이고, 관절은 삐꺽 대고, 

얼굴과 몸은 쪼그라들고, 말은 새 나가면서 

엄마는 나 보다 기운이 더 세다고 고집하신다.

한눈에 봐도 이제는 힘이 부치는 게 보이는데도 말이다.


무거운 김치통을 차까지 들어다 주겠다고 실랑이를 벌인다.

기운이 천 배나 남아도는 나를  제치고 김치통을 기어코 낚아챈다.

- 네가 무슨 기운이 있다고…


여전히 김치를 담아주셔야 흡족해하시고

여전히 밑반찬을 싸주고

여전히 과일 한 알이라도 더 담아 주시고

그것도 모자라 가끔씩 몰래 가방에 돈도 넣어주신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생긴다며 고기 사서 들어가라 신다.


남편 없이 아이들과 사는 이 딸이 고생한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고착화되어 어떠한 말과 행동으로 부정을 해도 허물어지지 않는다.

- 나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니 제발 걱정하지 마.

- 그래, 그래. 알았어.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네 어민데 네 속 썩는 거 모를까 봐?' 이런 눈빛이다.

죽기 직전까지 너를 보호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나의 보호자.


엄마, 내가 엄마의 보호자가 돼야지.

내게도 기회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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