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이뭐니?
-'벗방'이 친구들 모임방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네. '벗는 방'이라는 뜻이라는구나.
-하하하, 우린 다 아는데.
-알아? 넌 어떻게 알았는데?
-엄마, 개인 방송에 관심 있는 요즘 사람들은 다 알아요. 초등학생들도 아는데.
-나도 개인 방송에 관심 있어.
-엄마가 아는 그런 착한 방송만 있는 게 아니에요.
-완전 성착취 방송이던데……
그걸 즐길게 아니라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분노는커녕 왜 사람들이 그것에 열광하는지 모르겠어.
-엄마는…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엄마가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거지.
한참 뉴스에서 코로나 19만큼 뜨겁게 달구던 n번방. 그게 뭘까?
마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을 내보내면서 그 비밀을 알아버렸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수면 위에 떠 있는 얼음의 한 부분.
내가 모르는 세상은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어두컴컴한 지하 속의 일들. 일부러 들어가지 않으면 모르는 세상.
굳이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았다면 침묵하고 있는 건 죄다.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부모의 심정으로 n번방을 만든 자나 그 밑에서 하수인 노릇을 한 자나
구경꾼으로 들어온 자나 성노예가 돼버린 자나 모두 자식 같은 마음으로 머리 풀고 통곡해야 할 일이다.
어쩌다, 이런 일을 만들고 가담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그들의 청춘을 망가트리고 부셔버린 건지.
거기에 웬 창피하고도 부끄러운 어른의 얼굴을 한 가면들은 그리 많은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을 어린아이들은 또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무덤덤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저 아들의 반응은 또 뭐지?
거대한 우주 안에서 한 점에 불과한 나. 그 한 점도 다 바라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가는 존재.
그래서 세상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육십 년을 살아도 모르는 것이 투성인데 아들은 겨우 삼십 년도
못 살았으면서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경지에 오른 것처럼 말한다.
오히려 아들이 더 무섭다.
알고도 악한 일을 저지르는 악당을 물리치지는 못할지언정 분노는커녕 무표정한 저 얼굴.
나는 지금 누구를 향해 분노하고 있는가?
분노하는 내가 정말로 이상한 건가?
이런, 칠칠치 못하게 눈물은 왜 흐르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