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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27. 2020

손 좀 잡아주세요, 네?

노부부의 뒷모습


- 아들 얼굴, 오랜만에 보니 넘 좋네. 

- 나도 엄니 얼굴 보니 좋습니다.

- 그럼 우리 연인처럼 손잡고 걸을까?

- 에이, 무슨 손을…

- 내가 언제 남정네 손을 잡아 보겠니?

  내 손 좀 잡아 주세요, 네? (콧소리)

-엄마, 이래 봬도 이 손은 뭇여성들이 잡아 보고 싶어 안달 난 손이라구요. 하하하.

- 뭐? 야, 내 손은 아빠가 잡고 싶어 안달했던 손이다. 호호호....






 얼마 전, 산책길에서 노인 두 분을 보았다

등이 굽은 키 작은 할아버지가 키 작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종종종 걸어가신다.

파르스름한 힘줄이 돋아난 연약한 마른 두 손이 하나가 되어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오랫동안 함께 살아 온 부부라는 것을 보여주는 무늬가 손등에 아롱져 있다. 원래 노부부의 뒷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웠나 싶어 나도 모르게 걸음의 폭을 좁혀 천천히 따라갔다.


누군가 내 손을 살며시 잡는다. 많이 잡아 본 손이고, 많이 느껴 본 체온이다.

남편의 손이다.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감각이 온전히 살아난다.

나뭇가지 같은 뻣뻣한 손가락이지만 따뜻했던 큰 손.

특히 찬바람이 가슴을 파고들 때 잡아주던 그 손은 얼마나 따뜻했던가.

-춥지?

코트 주머니 안에 내 손을 넣고 꼭 잡아주면 세상의 그 어떤 바람도 비집고 들어 올 수 없었던

든든한 방패였고, 안전한 성이었다.

나는 그리움의 긴 그림자의 손을 잡고 걷지만, 지금 내 앞의 노부부는 오렌지 빛이 쏟아지는 노을로 들어가고 있다. 두 분의 아름다움이 환영처럼 아른거린다.


 남편을 많이 닮은 둘째 아들이 대전에서 올라왔다. 함께 장 보면서 갑자기 손 잡고 걷던 노부부가 생각나서 연인처럼 손 잡고 걸어보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달 만에 보는 아들의 몸은 운동에 단련되어 탄탄해져 있었다. 

아들의 손을 잡고 까불듯이 걸으니 쪼글쪼글해진 마음의 주름이 펴진다.

행복함을 느끼게 해 주는 옥신토신 호르몬이 웃음 헤픈 여자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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