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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네살차이

청첩장의 씁쓸함

by Hima

나이가 나이인지라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혹은 친하다고 생각지 않던 지인이나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면 먼저 드는 생각은 "결혼하나?"가 되었다.


실제로 친구도 오랜만에 안 친한 동기한테 연락 왔는데 답장이 꺼려진다. 뭔가 모바일 청첩장 줄 삘이다.라는 말을 한다.

우리는 어느새 오랜만에 오는 연락에 덜컥, 하거나 별로 달갑지 않게 느껴진다.


평소 나도 인맥관리를 잘 못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진짜 친한 애들이나 1년에 한 번은 주기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끔 읭? 스러운 인물에게서 연락이 오면 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안 친한데....? 싶은 사람은 나도 모르게 1. 청첩장 2. 다단계를 의심하게 된다.


실제로 나도 작년에 몇 년 만에 대학 친구에게 연락해서 만났더니

그 친구가 "야 나 너 결혼하려고 나 부른 줄 알았잖아"라는 소리를 들었으니...ㅋ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내가 느끼기에) 안 친한 나에게 청첩장을 줄 정도면

찔러보기거나 정말 진심으로 사람이 없어서일 수도 있는데

결혼은 축복할 일이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 사람은 내가 청첩장을 보냈을 때 올만한 사람인가'라는 계산이 드는 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경우 청첩장을 줄 테니 만나자는 경우는 거의 없고 모바일로만 초대해주기 때문에 안 간다.

이미 보낸 사람이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의 성의를 보여줬기 때문에.


모바일 청첩장.

요즘 세상에 폰으로 지도 보고 정말 편한 기능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친함을 판단하는 척도 같기도 하다.

종이 청첩장을 못 받은 결혼식은 일단 가고 싶지가 않다.


아직은 결혼에 대한 조바심이 크지 않아서 '아 주위애들 다 갔는데 나만 남았네' 같은 류는 아니지만

또래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는 이 시점에 나는 꽤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결혼으로 친구끼리 빈정 상하는 일이 의외로 생긴다는 것.


나 또한 겪었고, 내 친구들도 겪었고, 다른 친구도 겪었고

재작년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보며 아 진짜 잘 살아야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와주는구나

(여기서 잘은 경제적인 내용이 아님)

라는 걸 느꼈는데 십년 넘게 알았는데 결혼을 하는 친구 한 명과 갈라서고 난 뒤

경조사에 그 사람의 진짜 삶의 태도가 나타난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한다.

내 결혼식에, 더 시간이 지나 내 장례식에 어떤 사람들이 와줄까?

인생에서 그렇게 점검 아닌 점검을 하면서 조금 더 내가 잘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축의금 많이 받으려고 이제 와서 인맥왕이 되겠어! 이런 마음 따윈 생기지도 않는다.


단지 내가 결혼하게 되는 언젠가에 그때도 내 옆에 있어주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서운하지 않게, 이런 나인데도 오랜 시간 알고 지내줘서 고맙다고, 축하해달라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그렇게 청첩장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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