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4대 산(정확히는 4 소산, 네 개의 작은 산)을 두 번에 나눠 올랐다. 첫날 인왕산과 북악산, 두 번째는 북악산을 다시 올랐다. 원래는 4대 산을 일주할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후 10월 9일 한글날에 광화문에서 시작해서 낙산 남산을 돌아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와 4대 산 일주를 완성했다. 하루 만에 서울 4 산을 모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러나 둘째 날 광화문에서 낙산 남산 남대문을 거쳐 다시 광화문에 이른 시간이 5시간이다. 인왕산 북악산을 3시간이면 오르내릴 수 있음을 감안하면 하루에 8시간이면 서울 4 산을 모두 거닐 수 있겠다. 동시에 서울 성곽길 약 19킬로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인왕산에서 내려본 남산
인왕산에서 바라본 여의도와 용산
인왕산 정상
남대문-덕수궁-돌담길-강북삼성병원 코스를 추천
서울남산에서 인왕산에 이르는 서울 성곽길 코스는 원래는 이렇다. 남대문에서 서소문터(지금의 중앙일보빌딩 인근)를 지나 서대문을 지나서 강북삼성병원에서 성곽길로 들어서 인왕산으로 간다. 그런데 이 길은 주인공인 서소문과 서대문이 소멸되어 복원되지 못했다. 그보다는 아래 길을 추천하고 싶다. 남대문에서 덕수궁으로 간다. 덕수궁돌담길을 따라 정동길을 걷는다. 강북삼성이 보이면 서울시교육청 쪽으로 이어진 성곽길로 접어든다. 가을이면 훨씬 운치 있고 편안한 길이다. 특히 정동길은 가을밤에 걷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도 서대문을 가고 싶다면, 정동 제일교회에서 왼편, 배재학당 쪽으로 가서 서대문으로 향하는 길도 참 좋다.
서울 도심 재개발
서울 4 산을 등정하면 필연 히 서울 성곽 길과 일부 겹치게 된다. 성곽 밖의 마을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이 살기에 매우 불편한 낙후된 채로 남아있다. 종로의 행촌동 부암동 성북동 혜화동 숭인동 금호동. 물론 성북동이야 부자 동네지만, 나머지 동네들은 보존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발도 막힌 채로 언덕길에 작고 불편한 주거 환경이다. 이곳들만 잘 개발해도 살기 좋은 곳이 지금보다 많이 생길 것이다. 성곽 바로 아래 동네들이니 서울 도심 접근성이야 말할 필요가 없다. 대표적으로 달동네가 환골탈태한 곳이 경희궁 자이다. 종로 교남동 뉴타운으로 지금은 강북의 랜드마크가 돼있다. 보존도 중요하지만 현재 살고 있는 시민의 복지도 생각해야 하겠다. 보존과 개발의 균형이 필요한 곳들이 성곽길 아래 동네들이다.
두려워 말라
Do not be afraid. 성격에 가장 많이 나오는 구절이 두려워말라이다 한다. 쉽지 않다. 두렵다. 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은 백만장자의 공짜 음식에서 이렇게 적었다. '한국 사람은 남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 관계지향 중심의 한국인에게 남들 보기에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굴레는 많은 두려움을 만든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든 자유롭지가 못하다. 그러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자유가 온다는데....한국형 두려움뿐이겠는가? 온갖 두려움이 거미줄처럼 나를 옥죄고 있어 무엇을 하든 시작이 어렵다. 언제 서울 4 산을 다 건너, 하루 만에 서울을 한 바퀴 걷는다고? 이런 두려움은 내려놓고, 아직은 걸을 수 있는 내 다리에 감사하며, 오늘 다 못 가면 내일 가자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었다. 걸으면서 내 삶의 배터리는 얼마 남았는지 생각이 미치자 또 두려워진다. 그러나 두려워말자.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에 감사하고 내일 다시 걷자.
서울 순례길로 알리고 싶다
인왕산, 북악산, 남산, 자주 다니던 산들이다. 그런데 이들을 한 번에 걸어보니 더 좋은 길이다. 제주의 올레길 못지않다. 많이 알리고 싶다. 많이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서울시내 4 산 등정기를 기어이 마무리하고 싶어 졌다.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다. 산도 다 올랐고, 글도 다 썼다. 순례길은 아니지만 도시를 종교로 여기고 살다간,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서울 둘레길, 서울 순례길로 알리고 싶다. 같이 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