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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금 Dec 25. 2020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을 활동적이라 착각한다

아이들은 왜 책을 읽지 않을까? 


이때 부모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는 어디서 누구랑 하는 놀이인가? 독서는 고요한 공간에서 혼자 하는 놀이다. 그럼 답은 간단하다. 아이가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혼자서 고요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만 딴짓을 하고 친구를 찾는 이유는 아이가 유달리 활발하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활동적인 것과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자꾸만 타인에게 의존하고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홀로 오래 독서하는데 부담감을 느낀다. 독서는 결국 자신과 하는 놀이인데 놀이의 대상인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니 그 혼자만의 공간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혼자서도 책을 즐겁게 잘 읽을 수 있다면 스스로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다. 


좋은 글을 읽는 아이는 따로 문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이미 매끄러운 문장을 수천 번 넘게 읽으며 몸으로 익혔기 때문이다. 누구도 가르치지 않았지만 더 이상 가르칠 필요가 없는 아이로 성장한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글을 읽으며 정확한 어휘력과 풍부한 표현력을 갖추게 된다. 늘 충분히 숙성한 형태의 말을 내뱉기 때문에 언제나 실수가 적고 주변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돈해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멋진 사실은 침묵하며 스스로 배우는 법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멈추기 위해 읽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는 것은 느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를 즐기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다 읽었니?"라는 질문을 버리고 "어디에서 읽다가 멈췄니?"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이들이 멈추지 않았다면 그저 책의 스토리에 빠져 매몰되었다는 것이다. 한번 보기 시작한 드라마를 끝날 때까지 멈추지 못하고 보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하는 아이는 자주 멈춰 질문한다. 일시정지는 아이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읽다가 멈출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지성인의 풍모인가? 독서가 왜 중요할까? 이제는 제대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자기만의 감각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며, 배우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 익히는 아이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결국 그들을 자신이 머무는 공간의 주인으로 살게 한다. 그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아이의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 / 김종원  / 필사 )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말을 잘 듣는 반듯한 모범생 들일수록 사회에 부적응하며 정신과를 찾는 일이 많다고 한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렇게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게 살면 분명 미래가 행복해진다고 했는데, 어느 날 그렇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이게 정말로 내가 원했던 삶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 하는 질문에 허망함을 견디지 못해 정신과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토록 열심히 공부한 결과가 내 인생에 도대체 무슨 의미와 가치를 안겨 줬는지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변함없는 지금의 삶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끝없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언제까지 견디면 언제부터 행복한 그런 인생은 없다. 억압을 견딘 성취는 위험천만하다. 억압에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유순함을 연기하며 저항을 차곡차곡 저장한다. 요즘 아이들은 수많은 억압 속에 공부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생활을 강요받는다. 다른 곳으로 잠시 눈을 돌리면 인생에 무슨 큰일이 나는 줄 안다. 그러나 억눌린 마음의 강도가 높을수록 마음의 폭탄은 커지기 마련이다. 진짜 큰일은 마음의 폭탄이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터진다는 사실이다. 그 폭탄은 때때로 정신과를 찾을 만큼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하면서 타인을 괴롭히는 형태로 나타난다.    


내 아이가 책을 즐겨 읽으면 좋겠지만 세상의 많은 재미난 일들을 뒤로하고 책을 먼저 선택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방황해야 한다. 온갖 경험해보지 못한 유혹과 흥미를 쫒아 열심히 방황해야 한다. 그러다 그 다양하고 소모적이고 공허한 놀이에 지치기도 해야 한다. 그런 과정 후에 혼자 견뎌야 하는 순간이 오면 비로소 오롯한 고독을 조금씩 즐길 수 있게 된다. 책을 통해 사색을 즐기며 스스로를 채우고 사랑하는 법도 조금씩 터득하게 되리라 믿는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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