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창에 달라붙은 눈은 금세 작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눈은 지상의 사물들을 흰빛으로 덮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 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만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비췄다.
<일 년>
그들에게 별빛은 신의 눈빛이거나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존재들의 시선이었다••••환한 낮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만 지상에 닿는 저 너머의 눈빛이 있다는 믿음을 말이다.
-겨울은 사람의 숨이 눈으로 보이는 유일한 계절이니까.
-창에 달라붙은 눈은 금세 작은 물방울이 되었지만 바닥까지 내려간 눈은 지상의 사물들을 흰빛으로 덮었다. 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달이 눈앞의 바다를 파도치게 한다는 사실도, 바닷속에서 길을 잃어 익사하는 거북이가 있다는 사실도 기남은 알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