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은 Nov 10. 2017

부자가 되는 두가지 길

@ 알래스카 내해 Alaska Inside Passage


엄청난 부자가 되어

최후의 미소를 지은 사람들의 이야기


어떻게 살 것인지 물어보는 바다가 있다



황금빛 일확천금으로 향하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선 모두가 부자가 되어 돌아오는 부푼 꿈을 꾼다. 황금을 향해 눈을 뜨고 잠에 들며 하루하루 나아간다. 100년 전 알래스카의 골드 러쉬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이도 하다.


알래스카 남동쪽에는 수많은 섬들이 천연방파제 역할을 해주는 좁고 긴 내해, Inside Passage가 있다. 100년 전 미국 본토에서 클로다이크 광산으로 가는 최단 거리의 뱃길이었다.


동양에선 천하를 두고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삼국지 이야기가 있듯이, 미국역사에서 골드 러쉬 시대는 혼란과 낭만, 모험, 회한이 뒤섞인 뜨거운 이야기의 현장이다.



현대에는 그 뱃길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거슬러 오르며 금빛 꿈을 꾸며 먼 길을 떠났던 100년 전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따라간다. 한 시대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후세 사람들의 상상의 원천이 된다.


나라면 어땠을까. 금을 찾았을까. 인생 역전했을까. 실제로 여행의 날짜가 흐를수록 금광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그 루트를 그대로 밟는 것만으로도 감정이입이 되어 설레고 낭만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아니 처절한 역경과 고난의 행군이었다. 배고픔과 추위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대륙의 산천을 거슬러 오르는 대장정이었다. 혹독한 추위를 오리털 파카도 없이 맨몸으로 맞서고 하늘로 치솟은 알래스카의 험준한 산맥을 넘었다. 오로지 인간의 육신으로 부딪쳐 황금으로 오르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지역의 상징인 알래스카 연어 떼와 흡사하다. 이 땅에선 사람도 연어도 온몸으로 광야를 거슬러 올랐다.


무엇보다 기 막힌 건, 금이 정확히 어디에 묻혀 있는지, 모두 가질 수 있을 만큼 있는지, 그보다 정말 금이 있기나 한 건지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는 것이다. 오로지 바람결에 들은 황금 노다지의 소문만으로 움직인 사람들이다. 어떤 면에선 숙연하고 위대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 모험의 끝에 엄청난 부자가 되어 최후의 웃음을 지은 사람들이 있다. 그 숫자는 처음 길을 떠난 10만명 중의 300명, 그리고 그 중 부를 유지해낸 사람은 50명.


단 50명. 확률로 치면 0.05%.


어쩌면 그게 세상에 언제나 유지되고 있는 일확천금의 확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자가 되는 또 하나의 길이 있었다. 전자보다 훨씬 높은 확률을 자랑하며, 완전히 삶을 망칠 확률도 명백히 적었다.


하지만 그게 부자가 되는 좀더 쉬운 길인지 그때는 미처 몰랐거나, 뜨거운 심장을 지닌 노다지꾼들에게는 시시해 보였을 노선이다.



바로, 구름처럼 몰려오는 인파를 상대로 하루하루 손품 팔고 발품 팔아 밥을 짓고, 우편물을 배달하고, 심부름을 해주고, 숙소를 제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노다지꾼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팔아 미국 서부 최대의 백화점 브랜드가 되고, 달콤한 초콜렛을 만들어 미국 최고의 초콜렛 브랜드로 성장했다.


벼락부자의 꿈을 꾸며 몰려든 사람들의 전설 같은 모험 이야기가 평범한 밥집 아줌마, 민박집 아저씨, 디저트 장인의 성공 스토리로 귀결되는 반전이다. 진정한 인생역전이다.



때문에 이 바닷길에 선 여행자들은 아름다운 산과 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오밀조밀 생겨난 금광 도시들을 바라보며 동시에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과 마주치게 된다.  


인생, 배짱 넘치게 일확천금을 꿈꿀 것인가, 그 틈바구니에서 하루하루 평범하게 조용한 부자가 될 것인가  


어느 쪽이 맞고 틀릴 건 없다. 이름없이 산천에서 사라져 간 노다지꾼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뜨겁게 행동한 자들이다. 그들 모두가 미지의 땅을 개척하고, 한 시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저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알래스카]
알래스카는 미국 국토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큰 주로 한반도의 7배에 이른다. 때묻지 않은 장엄한 원시림과 야생동물로 유명하다. 백야가 있는 여름 시즌에는 시애틀이나 벤쿠버에서 크루즈를 타고 남동쪽의 Inside Passage 지역을 항해하는 것이 인기코스다.
이전 06화 크루즈 여행의 깨알 재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