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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Jul 26. 2024

수영 추첨에 당첨되었다고요?

나도 수영할 수 있을까?

[web 발신]

[OO수영장 24년 7월 당첨 및 등록안내]     


어쩌고 저쩌고...     


*등록기간 내 미등록자 포기자로 간주    

 

  얼마 전에 신청한 수영 강습반에 당첨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web 발신’이라고 메시지가 뜨면 스팸이 많아서 그런지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대박! 당첨됐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전에 함께 신청한 지인에게 결과를 물었다. 나 포함 지인 A, B 3명이 신청했고 A는 당첨, B는 낙첨되었다. 단톡방에 결과를 공유하면서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눴다. 낙첨된 B는 이미 수영 강습반을 경험해서 우리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강습반이라 당첨이 쉽지 않았고, 3월부터 시도를 했지만 계속 낙방이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요가를 다니고 있던 참이었다. 역시나 혼자는 못 할 것 같아서 A와 함께 3개월 코스를 결제하고 요가를 시작했다. 그렇게 4월에 시작한 요가가 6월 말에 끝날 예정이었고, 여기서 요가를 더 할 것인가 방학을 지나고 재등록 할 것인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A와 나는 15분 거리에 있는 요가학원을 걸어서 다니고 있었다. 7월에 요가를 다니기에는 날씨가 덥기도 하고 무엇보다 방학 오전에 운동을 다닌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 지인 A, B는 모두 가정주부이면서 학원 선생님이었고, 운동까지 소화한다는 건 굉장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신청한 수영에 턱하니 당첨이 되버린 것이다. 요가를 더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는 고민이 사라져 좋았지만 수영을 어떻게 다녀야 할지 걱정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수영을 20년 전에 6개월 정도 다녀본 게 전부인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기억이 나는 것도 없었다. 분명 6개월을 다녔는데도 자유형만 겨우 흉내만 냈던 기억이 나고 그마저도 오래되어 물에 뜨지도 않는다. 물놀이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겨우 몸을 담그고 있으면 개헤엄을 치며 동동 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도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수영은 물에 빠졌을 위급 상황에 생존을 위해서 배우는 게 아닌, 내 몸뚱아리를 살리기 위한 생존 본능이었다. 40대가 되면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을 실감한지는 오래 되었다. 한국식 나이로 44살이 된 나는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을 감당할 수 없었다. 유리처럼 투명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나는 원하지 않는 모임에 가서 밥만 먹고 와도 기가 빨려 집에서 누워 있어야 했다. 이런 내가 운동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요가도 굉장한 용기를 내서 시도했는데, 더한 체력을 요구하는 수영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고민해봤자 미등록자로 분류되어 다른 사람만 좋을 일 시킬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목표를 잡았다. 벙벙한 내 뱃살을 빼기로. 거의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일이 대부분이라 복부 쪽으로 살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 처음으로 작년에 입었던 치마와 바지를 입지 못한 나는 자신감이 하락한 상태였다.      


나: 요즘 배로만 살이 가서 걱정이에요.

지인: 뱃살이 어디 있다는 거죠?

나: 전 느낄 수 있어요. 배로만 살이 몰려요.

지인: 잘 모르겠는데!

나: (슬픈 표정으로) 작년에 입었던 바지가 안 맞아요.

지인: 밴드 형식의 바지예요?

나: 아니요.

지인: 밴드 형식이 아니면 바지가 아니에요. 입지 마요!

나: (깊은 깨달음) 아!     


  지인과의 대화 후 약간의 위로가 되었지만 배에 힘을 주면 어찌저찌 매년 입었던 바지와 치마를 입던 나에게 올해 처음으로 맞지 않은 상황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뱃살을 빼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요가는 살이 빠지지 않았다. 생전 처음 써본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고, 역시나 생전 처음 해 본 동작을 성공했을 때 “여기가 인도구나!”를 경험하지만 대부분 인도양 중간까지 건너갔다 되돌아온 적이 많아 살은 전혀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이런 식으로 써야 한다는 낯섦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다리가 후달달 떨릴 정도로 땀범벅이 되어 운동을 하고 돌아올 때면 내 몸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올지언정 뭔가 개운해진 기분이 그나마 좋았다.      


  그랬던 요가에서 수영으로 갈아타면 살은 좀 빠진다는 말을 듣고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리고 수영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요가가 운동의 밑바탕을 깔아 주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3개월 다니는 동안 요가 호흡을 정확히 배우지 못했지만 수영에서의 호흡과 몸을 곧게 폈던 기본기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수영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웃었다. 요가를 하면서 숨쉬기도 힘들어 말은커녕 밭은 숨도 내뱉지 못했던 순간들과 너무 비교되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뒤에 수영 실력이 늘었을 나를 생각해보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나도 수영을 할 수 있을까?



*우리동네 오션 뷰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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