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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Aug 21. 2024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수영장!

아이가, 이러다 자유형 못하겄는디...!

  첫 발차기의 설렘이 끝난 뒤 앞으로 내 몸이 수영 동작을 얼마나 기억하고 익힐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마음은 매일 가고 싶었지만 오전에 주 5회 수영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 몸에 수영 동작이 익으려면 자주와야 하는데, 요리조리 날짜를 따져보니 주 3회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월, 목, 금 강습을 받기로 했다. 이제 수영을 시작한 햇병아리라서 강습 다음 날 수영을 가도 내 몸이 다시 도루묵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첫 목표는 자유형이었다. 하지만 첫 발차기를 해보니 자유형이란 목표가 너무 멀어 보였다. 내가 조급하게 한다고 해서 수영 실력이 바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기에 강사님의 강습을 차근차근 따라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숨쉬기였다. 키판을 잡고 발차기를 왕복만 해도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아서 숨쉬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거기다 고개를 물속에 넣고 숨쉬기를 하고 올라오는 동작까지 하라고 했을 때는 내 몸이 각개전투를 하기 시작했다. 발차기는 발차기대로 늦어지고 머리를 물속으로 넣을 때는 코로 ‘음’을 길게 하면서 숨을 쉬어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파’를 기억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발차기를 신경 쓰면 숨쉬기가 안되고, 숨쉬기를 신경쓰면 발이 자꾸 가라앉았다. 거기다 ‘음’과 ‘파’의 박자가 조금만 달라도 물은 입으로 들어왔다. 강사님은 ‘파’를 너무 일찍해서라고 알려주셨지만 그렇게 입으로 들어온 물을 삼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까지 하는 건 엄청난 과부화였다.     

 

  초급반 레인은 25m였는데 돌아올 때 물을 먹으면 조금 참았다가 수영장 바깥으로 뱉으면 된다. 하지만 가는 중에 물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호흡이 힘들어서 그냥 삼켰다. 수여장 수질은 좋은편이었는데도 내몸을 비롯해서 수 많은 사람들의 몸이 들어 있으며, 소독약과 종종 작은 이물질들이 떠 있는 물을 삼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수영장 안에 물을 뱉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나의 온갖 상상력이 덧대어진 수영장의 물을 꿀꺽 삼켰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삼키고 나면 배가 불렀다. 자연스럽게 ‘파’하면서 입속에 들어온 물을 뱉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런 과정까지 넣기엔 두뇌 회전이 전혀 되지 않았다. 종종 장님 문고리 잡듯 ‘파’를 하면서 자연스레 물을 뱉은 적도 있었지만 그 동작에 도취 된 순간 내 몸은 균형을 잃는다. 바로 또다시 물을 마신 적이 많아서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말고 숨쉬기와 발차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인 건 나만 그런 과정을 겪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동질감과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건 같은 시기에 수영을 배우게 된 수영 초급반의 다른 사람들이었다. 왕복 50m를 몇 번이나 멈춰서 도착을 하면 이미 도착한 사람들에게 괜히 ‘너무 힘들어요!’ , ‘물을 너무 많이 먹었어요!’와 같은 혼잣말 같은 말을 하면 항상 공감해 주었다. 당연히 지인 A와 공감을 많이 나누었지만 내 앞 뒤 사람 혹은 옆 레인의 같은 초급반 사람들과 힘듦을 나누기도 했다. 나이를 떠나서 우린 모두 수영 초짜라는 사실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물을 먹는 과정도 자유형을 하기 위한 당연한 과정인 것 같아서 기꺼이 배불러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초조했다. 내가 주로 왕복하는 레인 왼쪽은 같은 초급반이었고, 오른쪽은 중급반이었는데 중급반 강사님의 목소리가 초급반 강습생들을 홀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초급반 강사님이 그쪽 아니라며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지만 자유형도 안 되는 초급반에 속한 나 자신을 보고 있으면 중급반은 아주 먼 산처럼 보였다. 초급반 강습생들의 눈빛도 만만지않게 초롱초롱하고, 각자의 몸 쓰임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내 몸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좌절감이 오기도 했다. 수영을 배우러 왔으니 당연히 어려운 건 맞는데, 강사님이 안심을 시켜주는데도 혼자서 조급함을 갖게 되었다. 내 발차기가 맞는지 내 동작을 모를 때, 호흡이 규칙적이지 않고 왔다리갔다리 할 때, 25m를 한번에 못와서 여러 번 멈출 때 자꾸 내 자신을 의심하게 됐다.    

  

  아이가이러다 자유형 못하겄는디...!  

   

  그래서 내가 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나는 수영을 못하고 그래서 수영을 배우러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다시 학생이 되어서 무언가를 배우는 느낌이 참 다채로웠다. 그럼에도 수영은 재미있으면서도 힘들고, 즐거우면서도 결석하고 싶은 날이 있다. ‘발차기가 제대로 될까? 숨은 제대로 쉬고 있나?’ 이런 의문이 들 때 방법은 연습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연습하지 못하는 날들에 대한 아쉬움이 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물 속에 떠 있는 나를 상상한다. 어찌되었 건 물에 떠 있고, 그 안에서 수영 동작을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그러면 힘이 들어도 일단 물살을 향해 나갈 힘이 생긴다. 서툴지만 물살을 향해 나가고 있는 내가 그 순간은 엄청나게 대단해 보인다. 이런 자존감이라도 없으면 물살을 헤칠 용기가 나지 않기에 멘탈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배운다.


흰색 수영복을 입을 때마다 쓰는 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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