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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반짝 Oct 13. 2024

“어머니! 수경은 언제 쓰시려고?”

초급반의 귀여운 실수

   A와 나는 요가를 3개월 하고 수영으로 갈아탄 뒤라 자꾸 요가와 수영을 비교하게 되었다. 그 중에 단연 좋은 점은 수영은 틈틈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가는 수업 시작 전에옆 사람과 소곤소곤 얘기가 가능했지만 그것도 눈치가 보였다. 요가는 호흡이 굉장히 중요해서(결국 3개월 동안 호흡을 제대로 못했다) 동작을 하다 숨이 안 쉬어져서 포기한 적도 허다했다. 수업 중에 내는 소리라곤 “헉!”, “윽!”, “허업!” 같은 고통과 당황의 중간쯤에 섞여 나오는 탄식 뿐이었다. 


  그런데 수영은 달랐다. 초급반은 레일이 25m인데 시작과 끝 지점에서 멈춰서면 나보다 먼저 서 있거나, 내 뒤에 오는 분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같은 동작을 하고 있는 동지이기 때문에 바로 “죽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 같은 말을 내뱉기만 해도 바로 공감의 반응이 날아온다. 모두 같은 시기에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수영 동기라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그 짧은 쉼과 나이도, 성별도 다른 동기들과의 대화는 활력이 되었다. 그리고 강사님이 강습을 하는 장면을 종종 구경하기도 하는데, 그럴때마다 나와 비슷하다는 동질감에 혹은 정말 웃겨서 수영이 즐겁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초급반은 25m 레일 두 개로 강습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어찌어찌 동작을 따라하는 그룹과 좀 더 강사님의 손길이 필요한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다. 다행히 나와 A는 어찌어찌 동작을 따라하는 레인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 레인에서 강사님이 한 어머님을 향해 하는 말을 듣고 모두 까르르 웃은 적이 있었다.   

  

  “어머니! 수경은 언제 쓰시려고?”     


  같은 초급반 어머님이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하면서 물속으로 머리를 넣고 숨쉬는 동작까지 하고 계셨는데, 수경을 수모 위에 올린 채로 동작을 하고 계셨다. 어머님은 고개를 들때마다 눈으로 떨어지는 물 때문에 눈을 꼭 감았다 뜨고 계셨는데, 그걸 보신 강사님이 수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어머님은 머쓱한 표정으로 발차기를 하다 말고 레일 한 가운데에 서서 수경을 쓰셨다. 초보라서 가능한 실수였는데, 그 상황이 귀여웠다. 여기서는 모두 수영을 처음 배우는 초보이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학생이다. 그래서 강습생의 실력과 나이에 따라 강사님의 지도가 다르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실수를 하더라도 유쾌하게 넘어가는 분위기가 좋았다. 수경을 쓰지 않은 어머님은 다음날도 수경을 쓰지 않으셔서 강사님께 “어머님! 수경이요!”라는 말을 들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긴장이 좀 더 풀려 발차기와 호흡이 따로국밥이 되어도 침울해 하지 않고 연습할 수 있었다.


  또 물속에서 동작을 할 때는 온전히 혼자였지만 레일이 끝날 때는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거울이 되어주기도 했다. 내가 한 동작이 이상하거나 어색하다고 느끼면 바로 물어본다. 강사님은 두 개의 레일을 왔다갔다 하며 많은 인원의 강습생을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비슷한 실력의 사람들끼리 스승이 되어주었다. 차마 강사님한테 물어볼 수 없는 것들도 스스럼없이 물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물 속에서 ‘음~~’하고 ‘파~~’할 때 코로 숨 쉬어요? 참아요?”

  “쉬어아죠! ‘파~~’ 하면서 얼른 숨을 들이마시고요.”

  “어쩐지 숨이 차더라고요. 숨이 안 쉬어져서 죽을 뻔 했어요!”

  “강사님이 코로 숨 뱉으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요! 저는 강사님 말을 코로 듣고 있었나봐요.”     


  그러면서 또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서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다들 목적이 다르겠지만 내가 옆에 사람들한테 그런 질문을 할 때는 ‘너 그렇게 안 이상해!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수영을 하려고 했던 목적은 사라져가는 체력을 살리고 뱃살을 줄이려 했기 때문에 수영을 엄청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에만 떠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왔고, 시키는대로 따라하면서 차근차근 기초를 밟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실력은 시간에 맡겨보기로 했다. 종종 옆 레인의 중급반을 보면 현타가 오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란 생각과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지?’란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나는 겨우 발차기를 하고, 호흡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라 멀게만 느껴지는 간격이 좁혀질 거라는 상상은 너무 먼 일 같았다. 


  초급반 강습은 3개월로 자유형, 배형, 평영을 배운다. 3개월 동안 세가지 영법을 배운다는 사실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상황과 주 5일 수영을 하지 못해 연습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만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아니고 대부분 결석도 하고, 결석하고 난 다음 날 옆에 사람에게 어제 뭐 했는지 물어보는 상황이 비슷비슷하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체력을 키우면서 수영을 배워보자는 마음만 변치 말자고 다짐했다. 몸을 움직여서 칼로리를 소비하고, 즐겁게 배우면서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즐거운 요즘이다.     


 

*그 더운 여름에 피웠던 장작불처럼 수영에 대한 나의 열정도 피어 올랐으면 좋으련만! 지금 내가 열정을 불태웠다간 타오르는 불꽃보다 장작이 되기 더 쉬워 보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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