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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힙합스텝 Aug 13. 2023

담배,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完)

변하지 않을 그녀의 취향 그리고 삶

소공녀 (Microhabitat)

감독: 전고운

2017년 개봉 


커버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영화 <소공녀>를 분석한 글입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 <기생충> 영상/포토.


이래저래 머물 곳이 없게 된 미소는 서울에서 가장 월세가 싼 달동네에 집을 보러 다닌다. 여기서부터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남긴 영화 <기생충>의 한 줄 평과 유사한 시퀀스들이 펼쳐진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 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기생충>의 상승은 고급 주택가가 포진한 값비싼 동네로의 상승 이동으로써 기택네 가족의 일시적 계급 상승의 짜릿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소공녀>에서의 상승은 <기생충>이 보여주지 않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윗동네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들이 촘촘하게 나 있는 값싼 달동네. 인간의 노동으로 올라야 할 계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곳의 월세는 저렴해진다. 누가 봐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 아님에도 부동산 중개인은 미소에게 방을 팔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로 상품을 포장한다. <기생충>이 상승과 하강을 번갈아 교차하면서 직조해 낸 우화는 처연하지만, <소공녀>는 단 세 번의 상승만으로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처절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소공녀> 영상/포토.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109630#


미소는 길바닥에 나 앉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담배값을 인상한 정부를 욕하지도 않는다. 자신을 가두려고 하거나 쫓아내려고 하는 옛 동료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학 시절 뜨거웠던 밴드부의 동료들은 어쩌면 동산(動産)을 상징한다. 그들의 열정과 다정함은 우리 사회가 만든 틀에 의해 이리 찍히고 저리 찍혀 제멋대로 재단당했다. 젊은 시절 그들이 품었던 꿈은 한밤중에 도둑이 훔쳐 가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이동 가능한 재산과도 같다. 그러나 미소는 자신의 존재가 부동산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부동산에 집착하지 않는다.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즐거운 한때만 보낼 수 있다면 미소가 어디에 존재하건 그곳이 바로 그녀의 집이 된다. 자신의 육체가 소멸되지 않는 한 미소의 삶은 결코 변형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 <소공녀>는 자이언티가 부르고 이문세가 피처링한 음악 <눈>의 뮤직비디오와 이어진다. 미소는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담배와 위스키를 좋아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hiphopstep.


다음은 <82년생 김지영과 대상관계 이론> 특집호입니다 (8월 14일 발행) 

82년생 김지영 특집호를 끝으로 프레이밍 영화를 읽는 틀은 마무리됩니다



 <눈> 자이언티 (feat. 이문세) 뮤직비디오. https://youtu.be/fiGSDywrX1Y



힙합스텝이 쓴 영화 <소공녀> 분석 다시 읽기


1부: https://brunch.co.kr/@hiphopstep/71

2부: https://brunch.co.kr/@hiphopstep/72

3부: https://brunch.co.kr/@hiphopste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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