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RINK DIARY
무엇이든 편견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안일하고 자신의 세계를 좁게 만드는 일이다.
되도록 편견을 갖지 않고 투명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애쓰는 편이다. 그 와중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편견에 사로잡힐 때가 있어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미숫가루도 그중 하나였다.
어릴 적 미숫가루의 외형을 보고 모래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모래를 큰 수저로 떠서 물에 타는 것을 보고 나한테 왜 저런 것을 주나, 내가 뭘 잘못 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
거기다 꿀을 타고 있고, 얼음도 넣고 마구 흔드는 것이 아닌가!!
놀이터에서 모래 소꿉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먹어보라고 건네준 손을 한참이나 허공에 두었다.
마지못해 받은 미숫가루를 단번에 들이켰다. 약간 텁텁했지만 고소하고 달콤 시원했다.
눈을 반짝이며 한 컵 더 달라고 하자 피식 웃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와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미숫가루는 평생 기억에 남았다.
처음 강렬하게 맛본 맛은 마음의 환상에 갇혀 똑같은 미숫가루를 탄다 한들 더 이상 그 맛을 찾을 수도, 구현할 수도 없다는 것이 매우 슬프다.
오늘도 기억을 더듬어 환상의 미숫가루에 도전해 본다.
++ 준비한 12가지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다음주 부터 번외편 3개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업로드 됩니다. 번외편에는 일러스트가 없습니다. ++
+인스타 연재분을 수정, 보완 작업하여 업로드합니다.
+인스타: @hirondelle_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