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랑으로 태어났단다.'
드뇌 빌뢰브는 영상과 이야기로 혈연관계에서 비롯되는 기원적 사랑을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연출가다.
연출 경력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면서 다양한 필모가 쌓인 만큼, 이제는 모든 영화가 그렇지는 않을지라도.
그의 초기 장편인 '그을린 사랑'은 그 기원적 사랑을 가장 농도 깊게 담아낸 영화다.
그 외의 영화 중, '컨택트(Arrival)',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도 주제 의식 깊이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사이의 깊은 그리움이 흐른다.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그의 영상은, 오랜 시간 바라봐도 색감으로 인한 감정의 동요를 자제하게 하려는 듯 채도를 낮추고 있다.
대신 지루하지 않도록 질감과 사운드를 살린다.
주인공 나왈의 유언이 담긴 편지는, 고급스럽고 진중한 부드러움이 담긴 텍스쳐와 변호사의 음성을 통해
읊어지며 그 모든 장중한 비밀의 시작을 알린다.
중간중간 깊이 있는 얼굴의 주름 굴곡과, 슬프고 큰 배우들의 눈동자를 클로즈업해서 말로 다 못한 슬픔의 깊이를 전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항상 널 사랑할 거야.'
정체되어 있다 느낄 만큼 원경으로 잡는 구도들은, 숲을 보며 이야기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역동적 카메라 무빙이나 컷을 최대한 줄이다 보니, 이야기의 절정에서 순간 그 기법이 쓰였을 때의 강렬함이 배가 된다.
그렇게, 의도된 충격과 대미지는 자극적 색감의 영상 하나가 아닌, 영화 전체의 아우라로 차곡차곡 쌓여 완성된다.
정치와 종교 내전에서 시작된 엄마와 아들의 비극적 가족사이면서,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평생을 떠돌았던 슬픈 영혼들의 사랑 이야기.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나왈이 죄수 72번으로서 조우했던 사형 집행인 '아부 타렉'이 아닌, 평생을 두고 찾아 헤맸던 그녀의 아들 '니하드'에 대한 사랑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왈 : 이 세상의 모든 달콤함과 함께 널 기억할게.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