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잃은 지구의 어느 구석 쪽방 여포는,
새해가 되자마자 들이닥친 짧고 굵은 시련과
뱃살이 좀 많은 고양이 식구와,
설레지만 두렵고.. 그래서 순간의 반짝임이 더 두드러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얻었다.
별일 없이 사는 듯하면서도,
올해 두어 달의 시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주저앉았다 일어서는 심신이
삶이 머무는 자리로 다시금 용케 찾아오곤 했던 순간들을 칭찬했다.
일교차는 있어도 포근한, 하루들의 심상을 이미지로 남기는 내 머릿속 저장고에는
포실한 기억의 반죽이 차곡차곡 숙성되어 있을 거야.
슬멀하게 피어오르는 악몽의 곰팡이가 하루 매일 차곡 위에 차곡,
단단히 포개어 반죽한 아름다운 기억들의 사이와 사이.
강단 있게 피어오르고 있어.
마침내,
오랜 시간 다양하게 변질되며 다져진 지금, 여기의 모습으로.
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한 모습으로.
시간이란 역병을 뚫고 온전히 이 봄 안에 서 있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
_2023.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