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by 문객

나는 누구인가?

긴 길을 걸어왔어도 결국은 다시 처음의 물음, 그 앞에 서게 된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여전히 내 모습은 고요하면서도 위태롭고 위태로우면서도 고요하다. 텅 빈 마음을 꿈꾸면서도 ‘따르릉 수당이 들어왔어요.’라는 계좌 입금 알림이 울리면 침울했던 의식이 꿈틀거리면서 무언가를 살 수 있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기분에 괜히 설레고 좋아진다. 어쩌면 욕망과 절제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아 찾기의 과정은 늘 그렇게 흔들리다 넘어지고 넘어지다 다시 일어나 힘을 내 보는 그런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밤새 술을 마시고, 밤새 야간산행을 떠나 보고, 밤새 노래를 불러봐도 나는 없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내 모습만 존재한다. 책을 읽고 많은 사유를 해 봤으나 존재는 늘 위태롭고 공존은 갈수록 어렵게만 다가온다. 살아갈수록 자아는 경쟁, 돈, 권력, 욕구, 관계 등 다양한 빛깔에 의해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게 된다. 이 빛깔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면 굳이 자아 찾기의 과정은 진행될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순간, 조금이라도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발걸음이 정말 한 번뿐인 소중한 삶 가운데 진실 된 길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게 된다면 그건 순백의 자아가 내면의 어디 즈음에선가 호흡할 수 있는 구멍을 찾고 있다는 증표가 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하루의 생존조차 제대로 장담할 수 없는 이 긴급한 현실 속에서 어쩌면 이러한 물음 자체가 참 고리타분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눈 감고, 귀 감고, 생각의 문도 닫고 정신없이 살아가도 삶은 늘 부족하고 채워야 할 것은 가득하기만 한데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방황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삶에 역행하는 부정적 자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고, 많은 것을 읽어 봐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고 궁금함만 더욱더 깊어간다. 모델링화 된 인물이 가르쳐준 삶도 더는 이정표로 다가오지 않고, 신앙으로 절대화된 믿음의 길도 결국은 위급한 현실 속에서는 와르르 무너지며, 내면을 아무리 곱게 포장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도 늘 무의식과의 힘겨운 조우 앞에 절망하고, 그냥 모든 것을 잊고 바쁘게 일상에 묻혀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찾아오는 텅 빈 공허함에 무너지는 가벼운 삶, 이 삶 앞에 의식의 작업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누구인가?

어쩌면 이 대답은 삶이 끝나는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의문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의문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의식의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최소한 이러한 몸부림이라도 없을 경우, 내 모든 것이 나 아닌 다른 그 무언가에 의해 그저 송두리째 다 날아갈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한 번뿐인 삶에 대한 권리이자 의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삶에 대해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행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의식의 작업을 지속한다고 해서 경제적 가치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 보면 경제적 가치라는 것도 결국 자아의 가치 속에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무리 돈이 많이 있고, 아무리 권력이 높다고 해도 그러한 것을 삶의 가치와 연관 지어서 내 것으로 품어 안을 수 있는 참된 가치가 부재한다면 결국 삶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을 던지면 던질수록 더욱더 멀어지는 의식의 자아, 그 곁으로 바람이 분다. 그리고 나무와 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흔들리는 그들의 몸짓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스하니 참 좋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몸짓이란 어쩌면 저 나무와 꽃 같은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파하면서 찾게 되는 길, 그 길의 끝이 비록 텅 빈 허무함과 절망으로 끝날지라도 그러한 몸부림 자체에 살아있음의 숨결이 꿈틀거리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자아찾기’의 과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 나는 누구도 아니고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일 뿐이다. 그 모습은 때때로 당신의 눈에 비친 거울의 모습일 수도 있고, 내 안에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며, 돈과 권력을 찾아 달려가는 모습일 수도 있다. 어디서 무엇을 쫓아 달려가고 있든 그 모습은 모두 결국 내가 포옹해 줘야 할 내 모습인 것이다.



바람이 분다. 참 좋다. 두 눈을 감고 바람 앞에 서 있으면 바람은 영혼의 인사를 전해 온다. 그 영혼은 때때로 순백의 때 묻지 않은 울림으로 저 심연의 끝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유년의 추억 속으로 잠시 쉼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때때로 죽을 만큼 힘든 어두운 심연의 끝자리를 인도해 주지만 이 모든 순간을 다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사유하는 인간이 지닌 숙명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당신은, 그저 함께 부둥켜안고 살아가야 하는 쓸쓸하고 행복한 동행자일 뿐이다. 힘내라, 친구여.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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