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자화상

by 문객

모악산은 전주 인근에 있는 800m 정도의 산이다. 대학 다니면서 글 쓴다고 방황할 때면 꼭 이 산에 오르곤 했다.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일반 요금만 내면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 산에 오르다 보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 지곤 했다.

모악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산 정상에 어미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형태의 바위가 있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악산 기슭 곳곳에는 어딘지 모르게 어머니의 품속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또한, 모악산 중간중간에 대원사, 수왕사라는 사찰이 있는 데 대원사는 꽤 규모가 있는 절로서 사찰행사를 하거나 예불을 드리는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반면에 수왕사는 아주 작은 사찰로서 모악산 중간 즈음에 위치해 있다.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늘 절안엔 사람을 쉽게 볼 수가 없다. 서른 무렵 야간산행을 할 때 새벽녘에 수왕사에 갔었는데 처음으로 그곳에 스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님이 밖으로 나와 수왕사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은 모두 길이 있으니 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마음에 길어 내어 주도록 하세요.'라고 말씀하시던 그 말씀이 아직도 쉽게 잊히지가 않는다. 그 후로 여러 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스님을 다시 한번 뵙고 싶어 찾아갔지만 그 이후로 다시는 스님을 만날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산이란 힘든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산을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는 끝없이 오르는 길이 고행의 길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왜 그런 힘든 길을 시간과 돈을 내어서 가느냐고 반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과 함께 하는 것임을 알게 되면 더는 산이 힘든 고행의 길로 다가오지는 않게 된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보면 산속의 풍경 자체가 하나의 위로의 손길로 다가오게 된다. 빨리 걸을 필요도 없다. 꼭 정상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다. 다만 몸과 산이 허락한 만큼 그 정도의 위로와 치유를 받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렇게 내 몸이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입산(入山)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시간을 걸어오면서 느낀 점의 하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곧 가정의 풍경을 드러내는 그림과 같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들을 보면 천진난만하게 즐겁고 행복한 표정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반면에 또 다른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걱정과 근심을 안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가정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꼭 그 아이의 풍경과 비슷한 가정의 모습이 뒤에 보이곤 한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은 교사는 단순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만을 해서는 안 되고 부모와 함께 아이를 위해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그럴 때 비로소 아이도 조금씩 다른 빛깔과 풍경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요즘엔 교사, 학생, 학부모 간에 이러한 관계가 많이 훼손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각자도생이라는 사회적 키워드에 맞게 학교 또한 예전처럼 학습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사는 가르치는 위치에서만 학생들을 바라보고, 학생들은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정도로 학교와 교사를 바라본다. 그리고 학부모님 또한 교사와 학교에 대해 큰 신뢰를 갖지 못한다. 이러한 변화와 문제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흐름은 학생의 꿈과 교사의 열정, 학부모의 관심이 하나가 되어 꿈꾸는 교육공동체를 만드는 데 많은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루머와 머루, 이 둘의 모습은 어쩌면 앞으로 교사의 길을 걸어가면서 가르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들 때마다 계속 꺼내봐야 할 일기장과 같다. 이들이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알 수는 없지만 지금 그들과의 이러한 동행은 적어도 '나도 사랑받고 관심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라는 의미 하나 정도는 분명하게 전해 줄 것이다. 이러한 기억은 어쩌면 평생을 두고 그들이 힘들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관심과 사랑'의 부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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