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주목받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내가 그런 사람이야’로 끝나는
긴긴 이야기는
멈출 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다른 사람의 성공담이 이어지고
그 성공담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사람의
‘나는 말이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이 부러운지
아니면 그와의 동조를 꿈꾸어서 그런지
애써 그의 이야기에 경청 아닌 경청을
하면서
못내 자리를 지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시끄러운 자랑이 빈 공백을 채우다
조용해질 무렵
어색한 듯 빈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그 고요함 속에는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면서도
늘 한결같이 자리를 빛내던
눈빛이 아른거립니다.
그 눈빛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벽녘 별처럼 그 눈빛이 우리 모두의
길이자
희망처럼 말없이 묵묵하게
빛나는 소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얘기하면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절제된 말과 행동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모든 게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세상에서는 고요함, 소박함, 평온함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과장해서 떠드느라 바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비로소 실감한다. 겸손의 미덕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이미옥 옮김, 퍼스트펭귄, 2024
애써 말로 스스로를 과장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된 모습은 말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묵묵한 침묵 속에서
돋아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