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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겸손의 가치

by 문객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주목받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내가 그런 사람이야’로 끝나는

긴긴 이야기는

멈출 줄 모릅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다른 사람의 성공담이 이어지고

그 성공담이 끝나기 전에

또 다른 사람의

‘나는 말이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이 부러운지

아니면 그와의 동조를 꿈꾸어서 그런지

애써 그의 이야기에 경청 아닌 경청을

하면서

못내 자리를 지킵니다.

한참을 그렇게

시끄러운 자랑이 빈 공백을 채우다

조용해질 무렵

어색한 듯 빈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그 고요함 속에는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면서도

늘 한결같이 자리를 빛내던

눈빛이 아른거립니다.

그 눈빛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벽녘 별처럼 그 눈빛이 우리 모두의

길이자

희망처럼 말없이 묵묵하게

빛나는 소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얘기하면 들어주지 않을 거라고 여기는 시끄러운 세상에서는 절제된 말과 행동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모든 게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세상에서는 고요함, 소박함, 평온함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한껏 과장해서 떠드느라 바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비로소 실감한다. 겸손의 미덕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편안하게 해주는 가치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 마티아스 뇔케, 이미옥 옮김, 퍼스트펭귄, 2024




애써 말로 스스로를 과장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된 모습은 말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묵묵한 침묵 속에서

돋아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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