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08. 2018

내기.외기

120세 시대를 현명하게 사는 법

아무런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인이 가보라고 한 선도문화진흥회의 순회강연을 가보았다. 입구부터 과한 웃음으로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상당히 낯설어 보였지만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보면 다단계 현장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신흥종교의 모임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강연회의 메인 강사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 현장을 데우기 위한 시간이 30분이나 흘렀다. 대체 본론은 언제 나오는지 궁금해질 때쯤 강사가 등장했다. 첫인상은 긍정적이었지만 한국판 시크릿을 말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120세 시대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될 것들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여러 사회의 이슈가 잠깐 언급되었지만 그 핵심은 내기와 외기를 어떻게 균형적으로 맞출 것이냐였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최근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랄까. 다양한 운동도 하고 있고 책도 여전히 열심히 잃고 글도 많이 쓰고 일과 여행을 병행하고 있다. 그런데 무언가가 걸렸다. 그 무엇이 뭘까.


강연회에서 강사가 말하는 주요 대상은 내면의 기인 내기(강사의 말처럼 도박은 아니다)를 쌓는 것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많은 비중이 있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기가 구심점을 잡으면서 내기와 외기의 적당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내기는 상단(머리), 중단(심장), 하단(단전)에서 만들어진다. 하단의 경우 몸의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게 만들고 중단은 내면의 장기들, 상단은 유연한 생각을 가진 창의적인 머리를 책임진다. 이 모든 것은 어릴 때 균형을 이루지만 나이가 들면서 소진되어 간다. 내기가 모두 소진되면 사람은 죽게 된다. 


외기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외기에서 그것을 채우려고 한다. 맛있는 음식, 귀금속, 자동차, 아파트, 연예인, 사람 등에서 채우려고 한다. 그런데 외기의 유효기간은 짧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즉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단지 한두 시간, 귀금속 역시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길어야 한두 달, 자동차는 1년쯤 갈려나 아파트는 몇 년은 가겠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연예인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외기를 얻기 위해 내기가 가득 차 보이는 연예인에게 모든 것을 걸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게서 채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소유하려고 든다. 사람은 소유할 수가 없는 대상이다.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그것의 유효시간이 끝나는 순간 신체가 붕괴되듯이 무너진다. 긍정적인 외기를 얻는 것은 봉사활동 같은 것을 말할 수 있다.


연예인들은 주로 내기가 끼로서 표출되지만 자신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채 연예인이 되려고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기가 약한 연예인은 팬들에게서 외기를 얻는다. 그렇지만 인기가 끝났을 때나 자신의 내기의 부족함을 모른채 살다가 어느순간에 비어있음을 깨닫는 순간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내기가 넘치는 사람은 어떨까. 내기가 부족한 사람보다는 잘 버티겠지만 그 역시 문제는 있다. 예를 들어 그릇의 크기는 정해져 있고 그곳에 계속 물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그럼 내기를 소진하지 않으면 그릇의 균열은 조금씩 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 역시 사람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이다. 그럴 경우 보통은 내기를 나누어주려고 사람과의 만남을 자주 만들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나 만족하는 것에 내기를 쓰고 나서도 내기가 남았다면 다음에 채워질 내기로 인해 한계치를 넘어선다. 넘치는 것이 때로는 모자람보다 못할 때가 있다. 


내기가 충만한 사람이 장점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끼가 많아 보이기도 하고 재주가 많아 보이기도 하며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이 어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던 돈이 많던 아파트가 크든 간에 별 상관이 없다. 연예인에게도 그렇게 관심이 없다. 연예인을 그냥 동급으로 볼뿐이다. 사회가 부여한 지위 명예를 가진 직업들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나 한계치를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직업이나 자리에 연연해하지도 않는다. 내기가 충만한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먹고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는 고착화되고 보수화되며 창의적인 능력은 사라지고 꿈마저 없어진다. 꿈이라던가 미래 이런 것보다는 그냥 남들보다 나아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고민한다. 외기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아까 말했듯이 내기와 외기 모두 삶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것의 중심은 내기가 되어야 한다. 내기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곳은 자연이다. 자연은 조화를 이루고 균형을 이룬다. 그래서 좋은 풍광을 보면 무언가 배우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속세와 인연을 버리지 않는 이상 자연만을 보고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강사가 말했던 것처럼 자연과 풍광을 많이 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확실히 다르다. 뇌가 굳지 않고 진화하며 심지어는 더 좋아지기까지 한다. 


내기가 넘치는 사람들 중 두 가지 타입이 있다. 그 강한 내기를 뿜어내 내기가 부족한 사람을 압박하는 유형과 내기를 부드럽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유형이다. 첫 번째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지만 두 번째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강한 힘이 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내기가 부족하기에 강한 사람에게 끌림을 느낀다.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호의적이 되고 한 마디라도 해보고 싶고 그 사람의 주장 등에 동화가 된다. 


120세 시대를 사는 것은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우선 경제적인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고 두 번째는 건강한 삶의 영위다.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진화해야 현명하게 살아남을 수 있다. 강사가 웃으라고 하는 이유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하단전을 강화하는 방법에 자세도 있지만 크게 오래 웃으면 하단전이 조금씩 강화가 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크게 1분 이상을 웃어보면 아랫배가 얼마나 묵직한지 느끼게 된다. 


내기가 약한 사람은 다양한 운동도 해야 하지만 정신적으로 강화를 위해 책도 읽고 최소한 읽기라도 해야 한다. 내기가 강한 사람은 그걸 부드럽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베풀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아야 한다. 사람의 기는 한정적이기도 하고 넘치기도 하지만 조화를 이룰 때는 더없이 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New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