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

보령댐 애향의 집

누구나 태어난 곳이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이 병원에서 태어나지만 수십 년 전에는 집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집에서 아기를 받아주는 할머니가 마을마다 한 명 정도씩 있을 때도 있었다. 그 할머니들이 모시는 신은 삼신으로 삼신은 아기의 포태 출산뿐만 아니라 15세 정도까지의 양육을 도맡아준다고 믿었다. 고향에서 태어났지만 그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산가족이 아닐지라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시설 때문에 말이다. 지금은 댐이 새로 건설되는 곳이 없지만 대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댐은 전국적으로 많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났던 사람들은 수몰된 집을 떠나야 했다.


MG0A9545_resize.JPG

비가 요즘에 많이 와서 그런지 가뭄 걱정은 없어 보인다. 가물어서 물이 없을 때만큼이나 댐이 막아놓아서 생긴 호수가 좋지 않아 보일 때도 없다. 물이 많은 보령호는 트래킹이나 드라이브 혹은 자전거 여행지로 좋은 곳이다. 가는 길에는 이렇게 가끔 휴게소도 있어서 잠시 쉬어볼 수 있다.

MG0A9546_resize.JPG

보령호에 가득 담긴 이 물은 서해 인근 7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어 산업적 가치가 높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보령호는 굽이굽이 푸르른 산으로 둘러져 있다. 물이 가득한 것을 보니 마음까지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MG0A9549_resize.JPG

그렇지 않아도 다음 주에 알밤을 주으러 갈 예정인데 미리 알밤이 익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탄수화물·단백질·기타 지방·칼슘·비타민(A·B1·C) 등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 등의 효과보다 우선 밤은 맛이 있어서 좋다.

MG0A9560_resize.JPG

넓은 면적에 보령호가 만들어지면서 이 근처에서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했다. 보령호의 밑바닥에는 이들이 살던 집이나 다양한 생활터전들이 남아 있다. 물밑의 도시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들의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건설된 곳이 보령 애향 박물관이다.

MG0A9562_resize.JPG

도시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똑같은 풍경과 비슷비슷해 보이는 분위기 속에 고향이라는 것에 애정을 많이 느끼지 못하고 자라지만 시골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공간, 시간, 마음 중에서 비중이나 우열을 논할 수는 없지만 공간이며 시간이며 마음이 고스란히 묻혀 있는 곳이 고향이다.

MG0A9566_resize.JPG

보령 애향의 집은 1층과 2층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농기구를 비롯하여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했을 전자기기 등도 있다.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것은 생물학적인 탄생이라면 장소에서 태어난 것은 지리학적인 탄생을 의미하는 고향은 이번 추석 때 많이들 가게 될 것이다.

MG0A9571_resize.JPG

보령호에 집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잊을 수 없는 그리움이 있더라도 찾아갈 곳은 없지만 애향 박물관에서 내가 혹은 이웃이 사용했을 도구들을 보면서 잠시 그리움을 만족시켜볼 수 있다. 타의에 의하여 잃으면 실향(失鄕), 고향에 돌아온 것이 진정한 마음이면 귀향(歸鄕)이요, 어쩔 수 없으면 낙향(落鄕)이라 하는데 옛날 선비들도 귀향 아니면 낙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MG0A9573_resize.JPG

대패, 먹통, 호미, 톱 등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잘 만지지도 않을 도구를 보면서 대청호 실향민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MG0A9577_resize.JPG


MG0A9582_resize.JPG

그 당시의 보령을 가본 적이 없기에 당시의 생활상이나 풍경을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오래전에 찍었을 사진도 이곳에 있어서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다.

MG0A9622_resize.JPG
MG0A9625_resize.JPG

보령호의 땅에서 살던 사람들은 초가집에서 살던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주기 위해 초가집이 재현이 되어 있다. 지붕을 이는 짚과 틀을 짜는 나무, 벽에 바르는 흙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난한 백성들이 짓기에 좋았다.

MG0A9626_resize.JPG

애향 박물관의 대부분의 물건들은 농부들의 것이다. 가끔 다른 것도 있지만 대부분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도구들이다.

MG0A9628_resize.JPG
MG0A9635_resize.JPG

보령호를 전망해볼 수 있는 전망대로 발길을 해본다. 날이 시원해져서 걸어 다니는 것이 불쾌하지 않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물이 별로 없어서 풍광이 그렇게 이쁘지 않았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졌으려나.

MG0A9641_resize.JPG

초가로 집을 짓고 흙에서 농산물을 수확하면서 소박하게 살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고향 보령댐은 애향 박물관이 있어서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기억되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병역의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