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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7. 2018

가을 대청호

200리 로하스길의 일상

200리면 km로 환산하면 80km 정도 된다. 도보로 걷는다면 20시간을 쉬지 않고 걸으면 갈 수 있는 거리이며 자전거로는 5~6시간 정도 걸린다. 물론 오늘만 걷고 내일을 안 걸을 것처럼 걸으면 몰라도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이다. 보통은 대청호를 끼고 있는 대청공원, 비상여수로, 심정동 생태공원, 길천동생태공원, 이현동 생태공원등을 이어가는 길을 선호한다. 물이 있는 곳을 걷는 것은 왠지 피곤함이 덜 하게 느껴진다. 


날은 시원해졌는데 아직도 빠르게 걸으면 땀이 날정도의 온도다. 이곳은 벌써 가을이 찾아온 듯하다. 주변에 적지 않은 낙엽들이 눈에 뜨인다. 200리 로하스 길은 대청호 1구간과 곂치게 된다. 가을부터 시작되는 일조량 감소·기온저하로 인한 세로토닌 저하, 멜라토닌 증가 등 호르몬 변화가 있어 일명 가을을 탄다라는 말은 자연적인 계절 변화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가을의 우울함은 바로 날이 좋은 계절에 태양을 많이 보는 것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 사람 역시 태양의 일조량을 많이 받아야 완화가 될 수 있다.  봄은 청춘(靑春)으로 푸르고(靑), 여름은 더워 주하(朱夏)로 붉어진다(朱). 가을은 서늘하다고 해서 소추(素秋)로 희고(素) , 겨울은 어둡고 춥다는 점에서 현동(玄冬)으로 검은(玄) 색이 특징이다. 

대덕구 삼정동에는 비점오염 저감시설이 만들어져 있는데 침강지, 깊은 습지, 지표 흐름 습지, 생태여과지, 물억새단지, 데크로드, 휴게공간으로 조성이 되어 있고 지속 가능한 상수원 보호구역에 대한 수질보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비점오염물질이란 농경지에 남아 있는 비료와 농약, 가춧물의 배설물, 도로 노면의 오염물질 등을 의미한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고 있음을 잘 느끼게 해준다. 금세 지나가버리는 가을이지만 추워지는 겨울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의 여유를 준다. 한해 익은 곡식들을 거두어들이듯이 자신이 한해 노력한 것이 오는 계절이 가을이다. 가을을 수성(收成)의 계절이라고도 적는데 안으로 거둬 쟁이는 수렴(收斂)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시간이 지났는데 무언가 한 것이 없다면 한해 삶의 농사를 헛지은 셈이다. 

이런 시설이 있어서 대청호가 조금 더 먹기 좋은 물로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온다. 성찰(省察)과 회고(回顧)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되돌아보기의 방법이다. 

올해 여름에는 그늘만 피해도 시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손에 들고 다니는 선풍기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래도 더위는 잠시 피해볼뿐 여전하다. 그냥 더위를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이 나은 방법이었다. 

물억새도 이곳에 심어져 있다. 이곳까지 와서야 가을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인 모양이다. 

다행히 비가 많이 내려서 대청호의 물도 한가득이다.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한가득 담긴 물을 보면 그냥 마음이 넉넉해진다. 비록 내가 모두 마실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가을이 오면 가끔 생각나는 책이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루우의 가을 빛깔이라는 책이다. 가을 빛깔 은 소로우 사후 5개월 뒤인 1862년 10월에 「아틀랜틱 먼슬리」(Atlantic Monthly)에 처음 출판되었는데 인식에 관한 에세이(essay on perception)라고 할 만큼 훌륭한 작품 중 하나”(Richardson 1996: 361)라고 평하고 있다. 가을을 심안으로 보기 위해서는 더 넓은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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