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술에는 어울리는 잔이 있다.
술 역시 음식이라 대충 마시는 것보다는 그 스타일에 맞게 마시는 것이 맛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 수입맥주를 마실 때 일반 맥주잔이 아닌 작은 언더락 잔에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일반 맥주잔은 우선 맥아의 향이 잘 나지도 않지만 한 번에 많이 담기기 때문에 기포가 빨리 빠져나가 천천히 마시면 맛이 반갑된다. 그러나 작은 언더락 잔은 조금씩 따라 마시기 때문에 맛이 조금 더 유지된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해보면 예를 들어 여자는 평생을 아름답게 살고 싶은 존재다. 특히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주름이라던가 외모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다른 것은 감출 수 있어도 목주름을 감추는 것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 목주름이 있어 신경 쓰는 사람에게 샴페인을 기다란 프루트 글라스에 따라주는 것보다는 넓고 둥근 모양의 구프 글라스를 따라주는 것은 격이라기보다는 센스에 가깝다. 기다란 프루트 글라스를 마시려면 어쩔 수없이 턱을 높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을 마실 때는 보통 입구가 넓은 와인잔에 따라 마시는데 이는 레드 와인 속에 와인이 따라지면서 타닌이 넓은 잔 속의 공기에 노출되면서 부드럽게 되고 좁아진 와인 입구로 향이 몰리게 된다. 아래가 넓고 입구가 좁은 것은 와인을 다시 한번 증류한 코냑 잔도 동일하다. 잔의 크기가 작을 뿐이다. 작아도 코냑의 강한 향이 충분하게 발산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작은 언더락 잔에 맥주를 마시는 이유는 온도가 빨리 올라가지 않게 용량이 제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화이트 와인잔 역시 레드와인보다 작다. 이유는 차갑게 마시는 화이트 와인의 특성상 용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와인의 마니아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비싸다는 리델 와인잔은 집에 없다.
보통 싱글몰트를 마실 때 쇼트 글라스에 주로 마시는 편이다. 그러나 일반 브랜디라면 그다지 향이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므로 온 더 록 글라스 혹은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넣어서 얼음과 함께 마시기도 한다. 이 밖에도 진토닉 등을 담아 마실 수 있는 텀블러나 콜린스 같은 잔이 있다.
참 세상에는 다양하고 많은 술이 있다. 필자 역시 술의 종류를 다 알지 못하고 그에 걸맞은 술잔도 모두 알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종류를 마시다가 보면 이 술에는 이 술잔이 격에 맞는다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