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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날

동춘당공원의 감성

남쪽에서 태풍이 올라오면서 가을을 같이 몰고 오고 있다. 내륙으로 올라오면 태풍이 약해지기 때문에 대전에 도착할 즈음이면 많은 비와 함께 바람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10월의 어느 가을날은 청명하게 맑지는 않았지만 비 오는 가운데 가을이 스며들기 시작한 동춘당 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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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길 한쪽에는 열매가 떨어져 있고 주변에는 이제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나무에서 떨구어낸 단풍잎들이 있었다. 벌써 단풍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동춘당공원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은 벌써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옷을 빨리 갈아입은 나무도 있고 이제 준비를 시작하는 나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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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코스모스가 간간히 보이고 벌써 가을이 온듯한 분위기다. 비가 오는 날 동춘당공원에는 걷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걷기에 딱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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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 바로 저곳이다. 사각형 정자와 데크길과 작은 연못이 있어서 주말이 되면 저곳에서 하루를 보내려는 시민들이 일찍 나와서 점거(?) 하기도 한다. 은진 송씨인 효종 때 병조판서를 지낸 송준길(宋浚吉)이 자신의 호[同春堂]를 따서 건축한 별당이 있는 곳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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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를 넘어오면 대덕마더센터에서 운영한다는 북까페 노리가 있다.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곳으로 대덕구의 송촌동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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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은 대덕구를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시민참여를 통해 대덕구 의회 간담회가 있었다. 이 중에 여자 동창도 만날 수 있었다. 대덕구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고 하더니 이곳에서 볼지 몰랐다. 여성친화도 시라는 콘셉트는 이미 많이 언급이 되었고 이제는 광역시를 넘어서 구 차원에서도 진행이 되고 있다. 여성이 웃으면 대전이 웃는다라며 많은 사람들의 열띤 이야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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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눈에 들어온 것은 나뿐일까.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캐나다의 에드워드 프린스에 사는 한 작가가 우연히 잡지에서 이블린 네스빗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 사진을 오려내어 벽에 붙이고선 매일 바라보며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 이렇게 탄생한 소설이 빨간 머리 앤 이다. 앤 셜리라는 감성이 풍부하고 말이 많은 소녀의 몸과 마음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풍부한 어휘력과 감성이 풍부한 문체로 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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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 빨간 머리 앤은 가을에 어울리는 소녀다. 동춘당 공원 역시 가을에 어울리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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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만난 소녀와 가을을 만난 고택은 이렇게 내리는 비로 인해 운치가 있어지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라는 이름의 동춘이지만 감성 있는 소녀처럼 가을을 맞이하라는 의미의 '감추(感秋)'도 괜찮지 않을까. 주말에 비가 계속 내리겠지만 동춘당의 가을은 하루가 다르게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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