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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5. 2019

속풀이

콩나물 해장국

뜻하지 않게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살다 보면 거절하기 쉽지 않은 술자리가 갑작스럽게 생길 때가 있다. 때론 여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그런 자리들이 남자 세계(?)에서는 가끔 있다. 이건 의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밥벌이의 문제도 아니지만 한 번쯤은 그냥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은 때가 있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하루 종일 두통과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 댈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보통 해장이라고도 하고 속을 푼다고 하는 것으로 술 마신 다음날 먹는 해장 국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콩나물 국이다. 

콩나물국을 끓이기 위해서 콩나물만 하나 사 왔다. 나머지 재료는 집에 잇기에 그걸로 활용할 생각이다. 원래 콩나물국에 청경채나 당근이 들어가지 않지만 있으니까 넣어도 무관하다.  동의보감에는 독이 없고 맛이 달며 오장과 위의 맺힘을 풀어 준다고 기록되어 해장국으로서의 효과를 잘 나타내는 콩나물은 몸에 있는 열을 제거하고 수분대사를 원활히 해주어서 체내의 알코올 등을 땀으로 배설시켜 주는 작용을 해준다. 

우선 콩나물을 씻어서 냄비에 넣고 확 끓어올랐다고 생각하면 약한 불에 4~5분을 끓여준다. 물론 뚜껑은 닫고 끓여주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 사 온 콩나물은 강원도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한다. 생각 외로 앞의 슈퍼는 괜찮은 재료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콩나물을 끓이면서 나머지 재료를 손질해준다. 청양고추 2개를 잘라주고, 당근과 청경채를 먹기 좋게 손질한 후 대파를 1/3대 정도를 슬라이스 해준다. 마지막으로 마늘 4개를 다져주면 된다. 콩나물이 어느 정도 끓여지면 이제 새우젓을 넣고 끓여주면 되는데 이때 뚜껑은 열어주는 것이 좋다. 

팔팔 끓고 있는 콩나물 위로 새우젓 1T를 넣고 휘휘 저어서 섞어준 다음 끓여주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끓여졌을 때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끓여주는데 끓이면서 간을 본다. 살짝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 소금을 1T 정도를 집어넣어주었더니 간이 맞는다. 

마지막으로 청양 고춧가루 1T를 넣고 마무리한 끝이다. 콩나물 해장국은 전라도 지방에서 만들기 시작했으며 특히 전주가 유명하다. 모주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해장 음식은 의외로 설탕물이라고 한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지금도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피클을 먹으며 속을 풀기도 하며 콩나물에 관한 기록은 6세기 초 '신농본초경'에 황권(黃卷)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동의보감'에도 콩나물은 오장이나 위에 몰린 응어리를 푸는 데 좋다고 나온다. 고춧가루 얼큰하게 푼 콩나물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장국이다. 1500년 전인 6세기 초부터 속 푸는 데 최고의 명약으로 꼽혔던 것을 보면 콩나물은  하동 재첩국, 서울 청진동 선지 해장국, 서울 무교동 북엇국과 배춧국, 양평 뼈다귀 해장국, 괴산의 올갱이국 등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하는 해장국 재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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