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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9. 2019

통영 해저터널

나의 언어는 글이다. 

글은 모든 걸 초월하여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글을 읽는 순간은 침묵과 고요의 나를 만나게 된다. 그 침묵 너머에 글이 가서 닿고자 하는 무엇이 있다. 글 속에는 사람의 혼이 깃들어가야 한다. 통영을 연상하면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 토지를 쓴 박경리와 작곡가였던 윤이상이다. 윤이상은 그 이름이 붙여진 공원이 있을 정도로 통영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통영을 처음 갔을 때 방문해보았던 해저터널이다. 해저로 들어가는 그 입구에서 그때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듯이 필자의 심연으로 들어가는 길로 가는 느낌을 받았다. 

통영 터널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최근의 공법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1956년 오스트리아에서 개발된 NATM(New Austrian Tunneling Method) 공법이다. NATM은 발파해가며 계속 터널을 뚫어 나간다는 점에서 재래식 공법과 비슷하지만 터널 굴착 시 터널 내부를 지지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미륵도로 가기 위해 메웠다가 다시 파내어 운하를 만들고 그 밑을 파내어 당시에는 동양 최초이고, 우리나라에서 오직 하나인 해저터널이 바로 통영 해저터널이다.  1927년 5월에 시공하여 1932년 12월까지 5년 동안 걸린 대공사로 터널을 뚫었을 때 인마(人馬)와 차량이 통행할 수 있었고 관광성(觀光性)이 높아 한때 통영지방의 명물로서 유명했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다. 

해저터널이 포함된 이곳은 바로 통영 이야기길이라고 명명되어 있는 곳이다. 도보여행을 하면서 생각에 잠기기에 좋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고독한 존재들인데 그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떤 틀에 가둬두려는 경향이 있다. 

1967년 해상에 운하교(運河橋)인 충무교가 완성된 뒤로는 차량의 통과가 금지되었고 지금은 사람만이 오갈 수 있다. 길이 461m, 너비 5m, 높이 3.5m로 만들어져 있다. 

통영운하의 변천사를 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충무교를 비롯하여 통영운하가 만들어지면서 통영은 많은 변화를 꾀했다.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윤이상과 다케미쓰도루가 주목받은  것은 이들이 아시아의 작곡가로서 시의적절하게 현대음악계에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악을 음악으로만 듣기 이전에  거기에 내재된 정지적, 사회적 코드를 읽어내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와서 그런지 몰라도 감회가 다르게 느껴졌다. 글을 보면 사람의 색이 드러난다. 글의 전체를 보면 일관성을 지닌  완만한 선과 세계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빛이 제한적으로 들어오고 주로 조명에 의존해서 이곳을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공간을 느끼고, 이미지를 구상하는데 글을 쓰는 행위는 작곡과도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해저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오니 다시 바다가 맞이해준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색다른 영감을 주고받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우리 인생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만들어주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은 항상 가치가 있다. 아까 입구에서 본 '용문달양(龍門達陽)'은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도로 입구의 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본 어민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지금은 통영의 명물이 되어 생각의 길로 이어주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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