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방도서관에서 만난 앨렌 튜링
우리는 보통 인식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운동장에서 공을 던지면 포물선을 그리며 운동하는데 공에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보통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생각하면 중력이 공을 움직이는 진정한 원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중력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의 움직임에서 중력의 존재를 추론할 뿐이다. 사람은 인상끼리의 조합을 반복하여 지각하는 사이에 마음속의 인과관계를 만드는 심리적인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오래간만에 찾은 신방도서관에서 오래전에 영화로 혹은 책으로 만나본 엘렌 튜링이라는 과학자를 만날 수 있었다. 독일의 완벽한 암호기라는 이니그마를 깨부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워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빠르게 앞당긴 사람이기도 하다.
하루에 새책이 얼마나 많이 생산되는 것일까. 정말 많은 책이 나오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보통은 자신이 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의 취향과 상관없이 인식의 지각을 열어줄 수 있는 다양한 책을 접하는 것도 좋다.
엘렌 튜링과 그의 삶, 이니그마, 이미테이션 게임을 말한 이렇게 잘 읽히지 않는 책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경이로운 우주, 이상하게도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보다 그의 생각이 조금 더 궁금해졌다.
튜링은 2% 부족한 학생이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특출한 재능이 있었지만 필체는 엉망이고 단순 계산은 자주 틀렸다. 수학적인 계산이 부족했던 것은 아인슈타인도 비슷하다.
사람과 사람을 상대하는데 무척이나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이야 말로 어떤 사람보다 위대했다. 독일의 암호 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해서 불침함이라던 비스마르크호의 격침도 그의 암호 해독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colossus)'도 만들었지만 영국이 비밀로 부치는 통에 '에니악'에 공식적인 최초의 컴퓨터 자리를 내주게 된다.
수많은 계산과 모순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그는 많은 문제를 해결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유명한 애플의 폰 상징처럼 사과를 깨물었다. 동성애 등으로 궁지에 몰렸던 그는 1954년 6월 7일 청산가리를 주입한 독사과를 베어 먹고는 영면하였는데 이때가 42세였다.
건축물을 보는 것도 또한 재미가 있다. 균형미를 비롯하여 공간구조를 어떻게 펼쳐나갔는지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니에리슴을 개척한 자유롭고 환상적인 예술가였던 줄리오 로마노를 비롯하여 미켈란젤로, 가우디,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등 총 64명의 건축가와 200개가 넘는 건축물들이 220여 개의 일러스트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시대를 살펴보면 어떤 건축가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며 그에 걸맞은 건축 작품을 내놓는가 하면, 또 다른 건축가는 관습을 딛고 일어나기도 했다. 역사 속의 수많은 건축가들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상과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도 했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제 뜻을 다 펼치지 못한 건축가도 존재한다.
1층에는 항상 일반 시민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가끔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떤 그림은 유럽을 그렸으며 어떤 그림은 국내를 그리기도 했다. 자의를 반성적으로 파악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음미함으로써 그 자의를 객관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려면 다양한 것을 보고 읽어야 한다. 그런 보편적인 관점을 부여해주는 조건을 헤겔은 교양이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