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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19

진해의 그 길

창원의 충무지구 도시재생

봄의 벚꽃이 만개할 때 창원시 진해를 찾아간 것이 언제였던가. 10년도 더 된 시간이 지나갔다. 한여름의 진해 여좌천은 어떤 길을 보여줄지는 본 적이 없기에 그곳까지 발길을 해보았다. 오래된 진해의 구역이기에 지금은 충무지구 도시재생의 공간으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재생의 또 다른 형태인 변질형성(變質形成)에 있어서는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적응된 조직이 손실 부위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그 기능이 변형되듯이 도시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진해역은 벚꽃이 피는 시기에 오면 개방이 된다. 지금 진해역은 충무지구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로 활용이 되고 있는 곳이다. 도시재생은 기능적 필요성을 보충해주는 것으로서 오래된 도시의 일부분의 생리적 또는 구조적 기능이 대체되어야 할 경우에만 일어날 수가 있다. 

여좌천은 정말 오래간만에 오지만 이런 지도는 전에는 없었다. 대천교에서 시작해서 현텨교, 상생교, 인연교, 좌천교, 달비치 다리, 해오름 다리, 나들이교, 여명교등으로 이어지는 길로 봄의 화려한 벚꽃비를 맞으면서 걸어도 좋지만 여름에도 걸어볼 만한 곳이다. 전에는 몰랐는데 은행나무도 많이 심어져 있어서 가을에도 노란색의 화사함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진해하면 이순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듯이 대표적인 원형로터리에는 이순신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한때 교통량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해서 원형로터리가 많이 없어졌으나 요즘에는 교통사고 등을 줄이는 효과 등이 있어서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진해 앞바다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해전으로 합포해전, 안골포해전, 웅포해전이 있다. 합포해전이 있기전 첫 해전인 옥포해전에 앞서 이런 말을 한다.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태산같이 침착하게 행동하라" 이제 선진국 초입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의 도시재생도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길 바래본다. 

진해역으로 가는 철길이 모두 개방되어 있지 않지만 위쪽으로 올라오면 감성철길이라는 이름으로 개방이 되어 있다. 감성 철길은 감성과 공감, 추억과 기억, 만남과 휴식으로 이어지는데 도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오래된 철길이 추억을 아로새기는 길이 된 것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노천명의 사슴이라는 시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너는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가의 제 그림자를 보고

잃었던 옛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여좌천의 원이름은 한내이며 광복 후 대천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2002년 로망스라는 드라마가 촬영되고 나서 이후로 여좌천으로 통칭되어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진해가 한국에서 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지만 과거에 일본인의 나무라 하여 모두 죽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원래는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말이 있고 나서 다시 진해에 뿌리를 내리긴 했다. 

도시재생을 잘 추진해서 양옆의 건물들만 한국의 예전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은 곳이다.  교토의 벚꽃은 마치 일본 군인들이 2차 세계대전 때 천황을 위해 벚꽃처럼 지겠다는 다짐을 했던 그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남의 것도 자신의 것처럼 잘 흡수하는 일본의 장점이기도 하다. 진해의 도시재생은 부엉이를 테마로 한 조형물과 둘레길·벽화, 꽃길과 담장 가꾸기가 특징이며 2018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도 선정돼 진해 서부권이 다시 옛 영광을 찾아가고 있다. 


부엉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에, 일제가 그 머리를 쳐 버리고 정기를 누름으로써 왕이 태어나지 못하도록 러일전쟁 승전기념탑을 세운 후 탑산이라 부르도록 강요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탑산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은 제황산이라는 옛 이름을 되찾은 창원 진해의 복개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도록 해서 로망스다리와 연계해 지역을 살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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