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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19

1단계 부여(夫餘)

우리 문명의 단계는 어디인가. 

논산에서 서북쪽으로 공주에서는 북쪽으로 가면 있는 백제의 고도 부여는 많은 이름으로 불렸던 한민족의 고대국가이기도 했다.  문명의 모든 전환기 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0단계에서 1단계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지금도 우린 1단계에 간신히 진입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의 천문학자 리콜라이 카르다셰프는 진보된 외계 문명의 수준에 따른 분류법으로 1단계 문명을 행성에 도달하는 모든 태양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 2단계로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 3단계로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으로 분류하였다. 

부여는 매년 9월에서 10월이 되면 화려한 막을 올리는데 이것이 백제의 등불을 밝히는 백제문화제이다.  가야연맹이 남해에서 일어났을 때 단군조선이 있던 만주 일대에서는 단군조선이 기원전 194년에 멸망하면서 북부여(北夫餘)와 해부루와 금와(金蛙)가 세운 동부여(東夫餘), 추모왕(주몽)이 세운 졸본부여(卒本夫餘)로 나뉘어 국가가 세워진다. 부여에 대한 국호의 한자 표기는 夫餘, 扶餘, 扶余, 夫余로 쓰인다. 이곳 남부여(南夫餘)는 백제 성왕이 새롭게 지정한 국호이다. 이 국호나 건국 신화, 무덤 양식 등을 보면 백제는 부여로부터 갈라져 나왔고 그를 오래도록 계승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발굴된 백제시대의 흔적이 백제문화제가 열리는 공간에 넉넉하게 펼쳐져 있다.  인류가 역사에서 뿔뿔이 흩어진 후 피부색, 체격, 얼굴 등이 각기 다른 인종들이 출현하여 서로 다른 문명을 구축했다.  모든 문화권에서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온 공통의 가치가 존재한다.  여러 고대 문명의 유물과 함께 전시한 박물관에 가면 공통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문화권에서 아름답다고 인정받은 작품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여전히 아름답다.  

부여박물관에서는 매년 계절마다 다른 전시전이 열린다. 올 가을에는 백제의 벽화고분으로 부여 능산리 1호 동하총에서 나오는 고분군의 유물 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백제 특유의 온화하고 부드러운 표현 기법을 만날 수 있다. 릉, 총, 분, 묘로 고분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릉은 무덤 주인을 알 수 있을 때 붙이며 총은 왕릉으로 추정되지만 주인을 알 수 없을 때, 묘는 왕족과 일반인의 무덤, 분은 무덤의 주인도 모르고 특징도 없을 때 붙인다.  

역사 속에서 백제인의 옷차림을 대표하는 왕은 소매가 큰 자주색 두루마기와 푸른색 비단 바지를 입고 금꽃으로 장식한 검은 비단관을 쓰며 흰 가죽 띠를 두르고 검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한다.  

다행히 백제 기술의 집약인 금동대향로는 남아 있지만 능산리에 있는 무덤들은 대부분 오래전에 도굴되었다.  도굴되면서 어떤 왕과 왕비, 왕족이 묻혔는지 알 수가 없다.  왕릉을 비롯한 매장시설은 도성 밖 동쪽에 배치하였으며 피장자의 등급에 따라 무덤군의 위치를 정하였다.  

부여라는 이름에서 여(餘)는 잔상을 남기는 느낌의 한자다. 남긴다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충청남도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여는 다양한 단어에서 활용이 된다. 넉넉하고 남음이 있음을 여유(餘裕), 남은 땅을 여지(餘地), 큰 물결이 지나간 뒤에 남는 잔물결을 여파(餘波), 남은 시간을 여가(餘暇),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여년(餘年), 아직 남아 있는 힘을 여력(餘力), 남아 있는 운치나 울림을 여운(餘韻), 여유가 가득함을 여유만만(餘裕滿滿)등 긍정적인 느낌에 많이 활용된다. 


2019. 9. 28. (토) ~ 10. 6.(일) 9일간 열리는 65회 백제문화제에서는 ‘한류 원조 백제를 즐기다’는 주제를 통해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강국 백제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백제의 역사와 문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여(餘)를 사용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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