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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9. 2019

진천 은행나무길

김유신 사당이 있는 길상사

한국에서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나무 중에 은행나무가 있다.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지만 은행나무 열매로 인해 냄새가 공존하는 아쉬움도 있다.  가로수로 한국에서 은행나무를 많이 심지만 유럽은 그렇지 않다. 우선 기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럽의 은행나무들은 노랗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흉한 갈색으로 물들어서 떨어진다. 그래서 은행나무의 가을 색채는 한국의 색채이기도 하다. 

충청북도 기념물 제1호로 지정된 길상사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김유신의 영정을 봉안한 곳이기도 하다. 신라 때부터 김유신의 태가 묻힌 태령산(胎靈山) 아래 사당을 건립하고 국행제(國行祭)를 지내오다가, 1408년(태종 8)부터 관행제(官行祭)로 치제(致祭)하여 오늘에 길상사에서 이어지고 있다. 

진천의 은행나무길로 대표적인 길은 바로 이곳 길상사다. 충청북도의 방송사에서는 가을이 되면 이곳에서 가을 색채를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유명한 은행나무길이다.  1959년에 전면 개축하고, 1975년 중건한 길상사에는 1957년에 흥무대왕신성비(興武大王神聖碑)가 세워져 있다.  

가을 가로수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은행나무 열매인 은행은 한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을 두루 알기도 하고 책을 많이 읽었다는 사람은 많지만 원하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깨달아 터득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열매 맺지 못한 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노란색 단풍이 떨어져 있는 길을 걸어서 올라오면 매년 향사를 지내는 공간이 나온다. 매년 이곳에서 향사를 지낼 때 저 밑의 공간까지 사람이 꽉 차 있을 정도로 김유신을 기리는 곳이다. 적색 단풍이 그 위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살다 보면 이익과 의로운 것인가가 충돌할 때가 있다.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이로움보다 의로움을 앞세운다면 의로운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지금 가진 능력보다 덜 이익을 보고 있다는 확신이 선다면 그것은 의로운 길을 걷는다고 판단해볼 수 있다. 때론 몸이 피곤하지만 그냥 계절이 변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때가 있다.  

1922년 대홍수로 무너져, 1927년 현 위치에 재건하고 길상사라 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니 이제 조금 있으면 100주년 행사를 열듯하다.  진천군을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한 길상사는 진천군의 인물 김유신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길상사의 입구의 양쪽에 심어져 있는 은행나무는 불에 잘 타지 않고, 병충해에 강해 오래 살기에 소나무와 같이 천연기념물로 많이 지정되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각자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냥 날이 추워지는 것보다 이렇게 은행나무가 자신의 색을 변화시키면서 겨울을 준비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느껴야 할 것이 많은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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