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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7. 2019

이끄는 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

누구에게나 길을 알려주는 훌륭한 스승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떤 일부 사람은 가지 않은 길을 혼자서 가야 하기도 한다.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 수 없는 그런 길을 걸어가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학문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인생의 개척지일 수 있다. 지금도 칭송받는 성리학자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사람이 음성에 잠들어 있다. 고려말 조선초의 문신인 권근이라는 사람이다.  그가 쓴 입학도설은 성리학의 기본원리를 도식화해서 설명하였는데 천인과 심성은 결국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一而二二而一)'라는 문구가 있다. 

천인과 심성은 자신의 몸과 정신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의 몸과 정신은 때로는 하나이지만 때로는 둘이 되기도 한다.  성리학자이면서도 사장(詞章)을 중시해 경학과 문학을 아울러 연마했던 권근은 왕명을 받아 경서의 구결(口訣)을 저정(著定: 저술하여 정리함)하고, 하륜(河崙) 등과 『동국사략(東國史略)』을 편찬하였다. 

귀국한 뒤 개국 원종공신(開國原從功臣)으로 화산군(花山君)에 봉군 되고, 정종 때는 정당문학(政堂文學)·참찬 문하부사(參贊門下府事)·대사헌 등을 역임하면서 사병 제도(私兵制度)의 혁파를 건의, 단행하는 것을 추진한다.  

권근의 묘소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쓴 책 중 입학 도설(入學圖說)의 가운데 〈천인심성합일지도 天人心性合一之圖〉는 조선 초기 유학자들의 성리학 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도설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은 참 이해하기가 쉬운 장점이 있다.   성리학의 중심개념인 태극·천명·이기·음양·오행·사단·칠정 등의 문제를 하나의 도표 속에 요약하고 이들의 상호관계와 각각의 특성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권근의 책 서문에 이 책의 저술 동기가 초학자들에게 성리학의 기초지식을 쉽게 소개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하여 도해(圖解:문자의 설명 속에 그림을 끼워 그 부족한 것을 보조한 풀이)의 방식을 이용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고려말의 혼란한 시기에 조선의 창업을 준비하는 세력과의 사이에서 성리학을 공부하였던 권근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판단해야 했을 것이다.  정몽주와 같이 고려말의 충신으로 남을지 혹은 정도전처럼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길에 대한 선택지가 놓여 있다.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겨울이 와야만 소나무와 잣나무가 얼마나 푸른지를 알 수 있듯이 자신의 처지에 상관없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시류에 휩쓸려가는 사람이 있다.  

권근의 본관은 안동(安東)으로 자는 가원(可遠), 호는 양촌(陽村)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인데 권근(權近, 1352~1409)과 권제(權踶, 1387∼1445) 부자는 조선 초기 문장을 관장하는 문형(文衡)을 역임하였으며 권람(權擥, 1416∼1465)은 한명회(韓明澮)와 함께 세조의 핵심 공신 중 한 명으로 계유정난을 주도하여 세조의 즉위에 공을 세우면서 권세를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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