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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4. 2020

가지 잡채

여전히 번다한 준비의 요리

당면만으로 혹은 1~2가지 재료만 첨부하는 것으로 잡채를 만들 수 있지만 무언가 심심하다. 그래서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하려고 하면 준비에 번다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잡채다. 오래간만에 다시 잡채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어디선가 본 것이 있어서 가지를 조금 많이 넣어보기로 했다. 가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보라색을 보면 무언가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당면이 조금 들어갔다. 조금 들어간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전에 사놓은 당면을 사용하는데 양이 적었을 뿐이다. 하루 전에 말린 표고버섯을 불려놓고 한 시간 전에 가지는 소금을 넣어서 살짝 절여놓고 돼지고기는 다짐육을 사서 밑간을 해두었다. 

음식은 문화이지만 음식을 먹는 방식도 하나의 문화다. 미쉐린 가이드 같은 맛집 평가는 한국에는 적합하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의 경우는 대부분 맛이 한 가지로 귀결이 된다. 그렇지만 한식은 여러 가지 맛이 한데 어우러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단순하게 평가되기가 힘들다. 

다짐육은 잡채를 하면서 처음 넣어봤는데 괜찮았다. 고슬고슬한 고기의 맛이 잡채에 잘 스며들어가는 느낌이다. 어릴 때 생각해보면 부엌은 무언가 분리되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거주공간과 공유가 되어 있고 주방은 거실과 상당히 가까워져 있다. 즉 먹는 것은 우리의 삶인 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가지와 표고버섯을 넣고 볶아주기 시작했다. 가지는 역시 어떤 요리와도 잘 맞는다.  

누가 보면 당근의 식감을 잘 느끼라고 큼지막하게 썰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칼이 잘 안 들어서 어쩔 수 없이 저렇게 썰어서 넣었다. 손이 커지다 보니 재료도 많아지고 볶는데도 힘이 많이 들어간다.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재료를 고르는 수고를 소홀히 하거나 귀찮다고 순서를 건너뛰면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기 어렵다. 특히 잡채는 시간을 들여 재료를 준비해서 만들고 각 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맛을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 

사람을 매료시키는 맛은 다양한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여 단계별로 조리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좋은 요리는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탄생한다.  세상에 나온 요리를 모두 해보기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 아마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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