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마음의 창으로 나아가는 일

억누르기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엔 너무 드높은 성향의 사람은 그걸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 그런 그릇은 혼자서 만들기에 너무 벅차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다. 부모나 형제자매가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던지 결국 뜻을 굽히게 된다. 차분하면서도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배우 시얼샤 로넌과 당찬 느낌이지만 부드럽게 자매를 챙겨주는 엠마왓슨, 당당하면서도 욕심 많은 플로렌스 퓨, 가장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엘리자 스캔런이 조 마치, 메그 마치, 에이미 마치, 베스 마치의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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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개성을 가졌지만 그랬기에 자매의 하모니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는 대부분 조 마치의 관점에서 그려지지만 자매들의 이야기도 잘 채워 넣어 가고 있다.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이 팔리는 것을 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 마치는 어쩔 수 없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성향과는 거리가 먼 글을 쓰면서 살아간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상당히 잔잔하면서도 여성만의 섬세한 결이 흐르는 영화라서 남성분이라면 그냥 지루하게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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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이루고 싶은 꿈의 결이 있다. 그 꿈의 결은 커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른 흔적을 남긴다. 작은 아씨들의 시대적 배경은 여자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서 먹고살기 힘든 때였다. 남자에게 의탁을 하던지 매춘이나 연극 등의 무대에 서야 먹고살 수 있었던 그때 네 명의 자매는 그런 사회적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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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나 여자 모두 마음의 창이 있다. 그 창은 자신을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소통방법이다. 그 창을 통하지 않으면 그냥 겉으로만 교류하는 것일 뿐 사랑하는 남녀관계로 발전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대충 맞춰서 창을 통한 것처럼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관계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람의 창은 특별한 사람에게 열리지만 그 창을 통해 나와서 진정으로 만나게 되는 것은 마음의 끌림으로 완성된다. 그녀들의 모습은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그런 색깔들이 있었다. 사랑으로 나아가는 메그, 자신이 쓰는 글에 대한 열정과 세상의 압력에 끝까지 버티는 조, 베스만의 따뜻함, 솔직함과 욕심을 그대로 표출하는 에이미는 우리가 가진 모든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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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길이 얼마나 고단하고 멀고 힘든지 안다. 설사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서 경제적으로 안정을 이룬 작가라고 할지라도 매번 힘든 과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조는 자신이 걸어온 힘든 과정의 결과물을 모두 태워버리기 시작하다가 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셋째를 위해 쓰기 시작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완성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초를 수없이 태우고 오랜 시간 탈고를 거치고 난 후에 비로소 작은 아씨들이 만들어졌다. 작가에게 완성작이란 없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계속 고칠 부분이 생긴다. 작가로서 생의 의지는 절대 채워지지 않고 채워지지 않은 시간 동안 끊임없이 고통을 받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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