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지는 거제의 매미성
국내에서 코로나 19가 잠잠해지더라도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당분간 힘들듯 하다. 여행업계나 관련 산업이 1차적인 타격을 받고 있지만 분야를 가리지 않고 파동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경제 전반과 국민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때 사람들이 북적거리지 않은 국내의 여행지를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행의 패턴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자신만의 여행경로를 찾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가 저물어가는 겨울의 어느 날 매미성을 온 것은 두 번째다. 약간은 외진 곳에 자리한 매미성으로 이 세상 오직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이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비행기나 배로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제주도는 요즘 조금 꺼려지지만 거제도는 육지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장 멀리 여행을 가보는 느낌을 부여해준다.
어딘가에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간혹 몇 명씩 보인다. 돌 하나하나를 시간을 들여 쌓아 놓다 보면 이렇게 중세에서나 볼 수 있는 성으로 만들어진다. 오늘 지인과 통화 속에서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나씩 쌓다 보면 언젠가는 그것이 자신만의 성으로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 매미성을 쌓기 시작했을 때 거제의 한 여행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이렇게 저녁노을과 어울리는 곳이 되었다.
코로나 19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고요와 정적 속에서 몇 시간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바다에 도착하였다. 사람은 온갖 삶의 악조건 속에서 스스로 견디는 법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거제 매미성 앞바다에는 몽글몽글한 돌들이 채우고 있다. 돌을 하나 들어서 바다로 던져본다. 몽돌로 채워져 있는 몽돌해수욕장이 거제도는 여러 곳 있다.
겨울철이면서 코로나 19 때문에 실내에 만들어져 있는 관광명소들은 문 닫은 곳이 많지만 거제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멋진 풍광을 만나볼 수 있는 절경의 연속이다. 생에 잊을 수 없는 여행이 얼마나 많겠냐만은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해는 대부분 저 건너편으로 넘어갔지만 아직 거제의 매미성의 윤곽은 또렷하다.
매미성을 지나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본다. 바다에 잇는 암석과 매미성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어 있다. 저 아래 바다는 세차게 파도가 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날씨만 잘 확인하고 내려가면 된다.
바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린 복어가 마치 미라처럼 단단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썩지 않고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복어는 무척이나 단단하다. 매미성 앞바다의 바위틈에 갇혀 있다가 빠져나가지 못했다가 계속 바닷바람에 말려지기를 여러 번 해서 미라처럼 되어버린 듯하다.
다시 위로 올라와서 미로처럼 되어 있는 매미성의 안쪽을 돌아본다. 꾸준하게 계속 자신이 해야 될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중에는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1년, 2년 만에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엄청난 변화와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희망의 씨앗과 에너지를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 겨울이 완전히 지나가지는 않았지만 거제도에는 봄이 부쩍 가까이 와있었다. 겨울을 생각하면 뭉크라는 예술가가 연상된다. 젊은 시절 북유럽을 벗어나고자 했던 뭉크는 시대의 불안과 공포를 강렬한 색채와 형태의 왜곡을 통해 충격적으로 표현했지만 그 안에서 희망을 추구했던 세기말의 천재화가였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불안보다는 자신만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것도 좋을 듯하다.